(뉴욕=연합인포맥스) 재무관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자산의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가 1년 사이에 최고 5배나 폭등했지만 자산 가격은 제대로 조정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실물 경제가 부진한 국면에 진입하면서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에 대한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 확대에 기댄 경기 호황이 끝난 뒤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져 결국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이론으로, 주류 경제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조명받았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건전한 자산까지 매물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 할인율 무려 500bp 올랐는데 자산 가격은 버티기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는 한때 0% 수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자산 가격을 미친 듯이 밀어 올려왔다. 자산 가격 현가를 구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금리(r)가 제로(0) 수준이거나 일부 국가의 경우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당연히 자산은 내재적 가치보다 고평가됐고 팬데믹 기간에 미국 뉴욕증시 등 글로벌 자산 가격은 폭등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2020년 3월23일 2,191.86을 저점으로 확인한 뒤 지난해 1월4일 4,818.62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후 가파른 조정을 보였지만 S&P500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4,137.64를 기록하는 등 아직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도 않는 가운데 분모가 커졌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조정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산의 할인율에 해당하면서 기준금리인 미국의 연방기금(FF) 금리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500bp나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실상 0%였던 연준 기준금리를 단숨에 5.0%까지 올렸고 곧 25bp를 추가로 인상할 전망이다.


S&P500지수 일봉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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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 등 유동성 파티 끝내겠다는 의지는 확고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동안 유동성 잔치를 이끌었던 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파티의 흥을 깨는 '파티푸퍼(party-pooper)'로 돌아서고 있다. 당장 연준은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번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매파적인 기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너무 급하고 우악스럽게 유동성을 옥죄면서 민스키 모멘트에 대한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은행과 유럽의 크레디트 스위스 파산 등을 계기로 민스키 모멘트에 대한 우려는 한층 강화됐다. 경기 둔화가 기정사실이 되는 가운데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등의 현금 흐름은 급격한 속도로 악화하고 있어서다. 상업용 부동산은 양곤마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임대 수익 감소에 따른 현금 흐름 악화에다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 현실이 되고 있는 '금융 불안정성 가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저금리를 바탕으로 조장한 시장 역기능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게 위험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 과소평가다.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을 주장한 민스키의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유동성 파티로 경제주체들은 투자 리스크를 저평가해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실물경제와 괴리가 커져 투자 주체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하면 시장엔 불안 심리가 급속히 퍼지기 마련이다. 부채상환 우려가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이 긴축으로 돌아서면 금리 급등과 자산 가격 급락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짜 점심은 없고 파티가 끝나면 늘 숙취가 남기 마련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족'을 양산한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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