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두 번째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조달처로 유로화 시장을 선택했다. 유로화 채권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러화 조달을 병행할 전망이다.

'한국물 맏형'으로 꼽히는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외화채 조달 시 국내 증권사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물론 이번 조달전을 둘러싼 국내 증권사의 치열한 경쟁 또한 예고되는 배경이다.

20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외화채 발행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주관사 선정 후 내달께 투자자 모집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달 통화는 유로화다. 유로화 채권을 중심으로 발행하되 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달러화 또한 일부 조달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로화 채권의 경우 한동안 시장 불안 등으로 발행이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됐던 데다 최근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더해졌다.

특히 유럽 또한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서 역외물 인기가 한풀 꺾였다. 저금리 시절에는 역내 발행물 대비 높은 가산금리(스프레드)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이들 또한 적정 금리대를 형성하면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조달이 성사될 경우 올해 첫 한국물 유로화 선순위채 발행이 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유럽 시장을 공략해 한국물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북빌딩에 성공했지만, 커버드본드와 선순위채는 주요 투자자층이 달라 시장 분위기를 온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이 다음 주 유로화 커버드본드 투자자 모집을 준비 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조달전을 둘러싼 국내외 증권사의 경쟁 또한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토종 투자은행(IB) 육성 등을 위해 꾸준히 국내 증권사에 맨 데이트를 부여하고 있다. 올 초 글로벌본드 조달에서는 KB증권이 기회를 얻었다.

다만 이번 조달에서는 국내 증권사가 북러너(book runner)와 보조 주관사 격인 조인트 리드 매니저(joint lead managers) 중 하나를 택해 지원토록 했다. 하우스별 역량 등을 고려해 주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북러너 기회를 제공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는 각각 'Aa2',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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