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올해 1분기 나라살림 적자가 54조원으로 집계되면서 재정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세수 결손을 보완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세수 결손이 커지고 경기 둔화에 따른 재정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국회 예산정책처,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세수)은 87조1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감소했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인 58조2천억원의 92.8%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3월 말 기준으로 1천53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예산에 이미 반영된 국가채무 증가에다 세수 결손으로 인한 국가채무 추가분이 더해지면 국가채무 총액이 올 연말 1천100조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4월 마이너스 26억2천만달러로,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은 7개월째 마이너스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는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세다. 4월만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41% 줄었다.

세수결손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세수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은 21.7%로, 2000년 이후 최저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연간 세수가 예산 대비 28조원대 결손이 예상된다.

무역적자의 골은 깊어지고 세수 구멍은 갈수록 커지면서 나라 곳간을 채울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에 어려운 민생경제에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장하면서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곧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 침체에 대응할 소상공인 지원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물가 에너지 지원금 7조5천억원을 포함한 민생 예산 30조원 추경을 제안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배진교 의원도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어려운 민생을 돌보기 위한 추경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위기에 놓인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들을 위한 '적극적 재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의장님이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민생을 살리고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데 나라 곳간이 비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수도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잡힌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여전히 4%대 중반(4.6%)이다.

외식은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을 키웠고, 품목별로 햄버거(17.1%), 피자(12.2%), 치킨(6.8%) 등이 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4분기(10~12월)에도 1.1% 감소했다.

가파르게 오른 기준금리 탓에 4분기 이자 비용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9% 급증하며 2006년 이래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그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을 유보해온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도 조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1달러당 1천340원 안팎까지 오른 환율도 물가 압박 요인이다.

결국 정부가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정부 출범 후 줄곧 건전 재정과 감세 정책을 추진해온 만큼 정부 원칙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추경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세계잉여금은 9조1천억원인데, 이중 일반회계 내 지방교부세, 채무상환 등을 제외하면 2조8천억원이 잔존한다"며 "특별회계 잔여분 3조1천억원을 합한 5조9천억원이 정부의 가용자금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부족한 세수분은 28조5천억원으로, 현재 정부의 가용 재원 규모는 5조9천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수 부족분 충족을 위한 추경과 최소 20조원 이상의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원도 "올해 세수 부족분을 추정해보면 최소 8조원에서 최대 20조원이 예상된다"며 "상반기 집중 재정 집행으로 하반기 세입 경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가고 있고 여기에 경기 부양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 추경 편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 연구원은 "2022년과 달리 초과세수가 없어 추경 재원의 대부분은 적자국채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정부는) 하반기 추경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점점 추경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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