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면서 수익성 높은 자산 가운데 하나는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이었다. 위험부담은 작으면서 튼실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간 유지됐던 저금리 기조가 뉴욕 상업용 부동산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한국의 국민연금(NPS)은 물론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등 큰 손들과 함께 증권사들이 앞다퉈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을 취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효자 노릇을 하던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이 되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1년여 사이에 무려 525bp나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근무 형태의 변화 등으로 뉴욕 사무용 빌딩의 공실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할인율(금리)은 분모에 해당한다. 현금 흐름이 훼손되지 않아도 할인율이 상승하면 상업용 부동산의 현재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는 분장에 해당한다. 같은 할인율이라고 가정할 경우 임대료가 줄어들면 그만큼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지금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이 직면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파생된다. 할인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실률 상승 등으로 임대료 등 현금 흐름까지 악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노후 건물의 경우 상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제한적인 임대 수요가 노후 건물을 외면하고 신축 건물에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입대 업체인 SL 그린리얼티는 이런 이중고를 겪으면 최근 3년 사이에 주가가 무려 80% 가까이 하락했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7년 6월12일 한때 109달러였던 주가는 지난해 3월24일 한때 19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뒤 21달러 언저리에서 횡보하고 있다.



<SL 그린리얼티 주가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SL 그린리얼티는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던 2020년 초까지 빌딩 점유율이 95.5% 수준이었지만 최근 90.2%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상당 부분 초저금리로 조달했던 부동산 구입 대금을 오는 2025년께는 다시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JP모건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2025년 말까지 미국 전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 규모가 1조5천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됐지만 공실률은 되레 높아지는 등 상업용 부동산 임대 업체들은 좀처럼 반등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등의 일상화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대형 쇼핑몰이 몰락하는 과정과 빌딩 임대업체들의 어려움이 닮은꼴이라는 진단도 제기됐다.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데 따른 영속적인 변화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내 큰손들이 부쩍 뉴욕 나들이를 자주하는 데서도 상업용 부동산의 어려움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대부분 국내 큰손은 뉴욕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된 상업용 부동산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출장을 왔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한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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