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KDB생명이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모면했다. 다만 산은의 KDB생명 매각까진 자본 적정성과 대주주 요건 등 장애물이 많아 첩첩산중이란 진단이 나온다.

◇유동성 위기 넘어간 KDB생명…NH·흥국생명 전례 따라

1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이 발행한 2천15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했다. KDB생명은 이 자금으로 콜옵션 행사일인 22일에 2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할 방침이다.

그간 보험업계는 KDB생명의 유동성 위기에 주목해 왔다.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왔지만, KDB생명의 자본 여력이 조기 상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크레디트스위스(CS) AT1 상각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자본성 증권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KDB생명의 발행 환경도 악화했다.

A 증권사 IB 관계자는 "KDB생명은 외화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위해서 발행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며 "발행환경이 악화해 별다른 방법이 없고 그나마 기댈 곳이 산은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모기업이 보험 자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건 지난해부터 흔하게 나온 사례였다.

지난해 NH농협생명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관리를 주문받고 모기업의 도움을 받았다. NH농협금융지주가 NH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하는 방식이다.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었지만, 사실상 '유상증자'였다. 농협금융지주는 올 1월에도 NH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다.

흥국생명 역시 지난해에 모기업 태광그룹의 도움으로 자금 상황에 숨을 틔웠다. 태광그룹은 상장사 태광산업 중심의 자금 지원을 계획했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반발에 비상장사 중심의 지원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KDB생명의 경우 산업은행의 지원을 마냥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래전부터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추진해온만큼 파는 회사에 자본을 지원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산은이 나서면서 KDB생명은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 사태 이후로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콜옵션 행사에 나서는 등 회사 평판에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며 "KDB생명이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볼 수 있지만, 산은도 매물을 넘기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은 오리무중…산은, 5차 도전

산업은행이 다섯 번째로 KDB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KDB생명의 자본 적정성과 대주주 요건 등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먼저 KDB생명의 높은 자본성 증권 의존도를 지적하는 분위기다. KDB생명을 사들이는 원매자는 인수 시점부터 수천억 원의 자본 확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에서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인정금액의 비중은 32.1%였다. 후순위사채는 만기가 5년 미만 시 매년 20%씩 자본인정액도 차감된다.

안태영 한기평 연구원은 "KDB생명은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 높아 자본의 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요건 심사도 장애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현재 복수의 사모펀드가 KDB생명 실사에 나섰지만, 사모펀드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는 녹록지 않은게 현실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유동성 위기가 일부 해소됐더라도 생보사의 위기 등 시장 상황이 보험사 인수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며 "산은의 매각 의지는 분명하지만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촬영 안 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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