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11개 사만 채택, 대부분 '오너 없는 기업'
최근 이사회 규정 수정해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근거 마련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의 새 식구로 합류하면서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를 명시할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서 11개 사만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이행현황 중 이사회 관련 내용에서 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과 일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지난달 한화그룹의 일원이 되며 하나씩 발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8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관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 집중투표제는 상법상 임의규정으로 정관을 통해 배제하지 않으면 채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 주주에게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국내 기업 대부분이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실시를 꺼린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동시에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경영권 침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굳이 정관에 해당 내용을 명시해 의도적으로 실시를 막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조사 대상 333개 사 중 11곳밖에 되지 않았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외에 포스코홀딩스와 한국전력공사, KT&G, KT 등 오너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룹 계열사 중에선 SK텔레콤과 SK스퀘어가 전부였다.

한화오션의 경우 오랫동안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경영권 위협 노출 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 입장이 달라졌다. 한화그룹에 편입되며 정관 변경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가능성이 생겼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해진 데다 그룹사의 일원으로 다른 계열사들과 발을 맞출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물론,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역시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최근 그룹 기조에 발맞춰 이사회 규정을 변경한 전례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다.

지난해 지배구조보고서상 한화오션은 이사회 관련 6개 핵심 지표 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만 '미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운영 규정(제5조)상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권혁웅 대표이사(부회장)가 의장을 맡고 있고 직전에도 박두선 대표가 해당 역할을 수행했다.

[출처:한화오션 이사회 규정]



하지만 지난달 말 한화그룹의 일원이 되며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 현재 이사회 규정 제5조는 현재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도 동일하다.

물론 현재 한화오션과 3사 모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을 못 박아둔 것과 언제든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조건 대표라서 의장을 맡은 것이 아니라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해 이사회가 대표를 의장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 한화시스템은 2022년에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수정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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