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본드 접속 마비, 재집계 후 발행량 변경…"오류 없다" 선 긋기에 비판론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채권 입찰 결과를 번복하는 이례적 사태를 겪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채권거래 메신저 '케이본드' 먹통으로 일부 주문이 누락된 여파다.

주문 금액은 물론 발행액이 변경되는 등 시장 혼선을 자아냈지만, 금융투자협회의 입장은 명확했다. 채권거래 메신저에는 오류가 없었다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공사채 입찰이 지연되는 사고는 발생했지만, 책임은 미루면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케이본드를 통해 2년과 5년물 채권 입찰에 나섰다. 입찰은 오전 9시 30분부터 9시 50분까지 20여분간 진행됐다.

문제가 발생한 건 입찰이 끝나기 직전인 9시 46분경이었다. 막판 주문이 몰리자 메신저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메신저 마비로 당시 들어온 일부 입찰 건은 집계에 즉각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누락된 주문을 추가해 발행 금액을 변경했다. 당초 2년과 5년물을 각각 1천억 원, 2천억 원 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800억 원, 2천400억 원으로 바꾼 것이다.

주문 금액도 변경됐다. 당초 2년물에 3천900억 원, 5년물에 2천800억 원의 수요가 들어왔다고 알렸으나 재집계 후 2년 3천700억 원, 5년 3천300억 원으로 정정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2년물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2bp, 5bp 높은 수준이다. 스프레드의 경우 재집계 전후가 동일했다.

케이본드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 측은 메신저에는 오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화 기능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회사 측의 IT 환경 문제 등으로 서버 충돌이 발생하면서 먹통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대화 기능은 정상적이었고 그렇게 중요한 건이면 (항의) 전화 등으로 난리가 났을 텐데 그런 일 또한 없었다"며 "개별적인 건이 안된 건 저희 문제라기보단 그 회사의 IT 환경 등의 충돌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자사 IT 환경 등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주문이 몰리자 메신저가 다운되면서 꺼져버려서 당시 추가로 신청한 입찰 건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회사 내부의 서버 문제였다면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다운됐어야 했는데 메신저 프로그램만 먹통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서버 먹통의 경우 통상 시스템 관리 기업으로 화살이 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티켓팅 시 홈페이지가 다운되면 티켓팅 업체로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진공의 IT 버퍼를 탓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입찰 막판에 주문이 몰리는 게 일반적인 만큼 케이본드가 이에 대한 대비 또한 충분히 해뒀을 텐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건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금융투자협회의 입장차 속에서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주문 일부가 누락될 뻔했다는 건 공정성을 강조하는 입찰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메신저 마비로 입찰에 오류가 발생했던 건데 시스템 관리사인 금융투자협회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의 경우 언제든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채권 입찰에서 이러한 실수가 생기는 건 케이본드 신뢰도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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