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세수 감소 폭이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하면서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야가 세수 부족을 메울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기존에 편성한 예산을 투입해 민생경제의 활력은 유지하도록 하되 방만하게 운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한 단속과 함께 메스를 들이대 재정 낭비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부족의 주요 원인이 초부자와 대기업 감세에 있다고 보고 감세 정책의 폐기를 주장하는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국세 수입은 13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동기 167조9천억원보다 33조9천억원이 덜 걷힌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올해 예산 편성 시의 국세 수입액 목표치인 400조5천억원에서 얼마나 걷혔는지를 살펴보는 세수 진도율은 33.5%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여파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줄어든 것이 세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법인세는 35조6천억원이 걷혔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7%나 줄어든 수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같은 기간 소득세도 20%나 줄어들며 8조9천억원이 덜 걷혔고, 부가세 수입도 9.6%(3조8천억원)가 감소했다.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으로 세금이 걷힌다고 하더라도 올해 목표치(400조5천억원)보다 38조5천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민주당은 추경 편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이제라도 수출 정상화와 경기회복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민의 삶을 지원하고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추경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대기업들의 법인세와 자산세 세입 규모는 지난해 대비해서 30% 정도 줄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봉급생활자들이 세금을 내면서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라며 "그래서 초부자와 대기업 감세 정책은 바로 폐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야권의 전방위 압박에도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야당의 추경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뜩이나 올해도 적자국채 약 60조원 발행을 예정해 예산이 편성됐다"며 "추가로 빚을 더 내지 않겠다는 취지로, 추경을 전혀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은 또 세수 결손에 따른 대응책으로 시민단체 예산 등 방만하게 운영되는 분야의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자동차에 부과되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원래대로 정상화한 데 이어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부동산세를 다시 정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물가 부담이나 국제 유가 등을 고려해 8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제도를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표를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춘 바 있다.

여기에 여당은 국고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해 정부와 함께 민간 단체 보조금 대수술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에서 국고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해 "국민 혈세가 눈먼 돈이 되어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며 "정부와 함께 민간 단체 보조금 대수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국고보조금 지방보조금 교육교부금 종류와 관계없이 심각한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5년간 시민단체 국고 보조금이 연평균 4천억원씩 급증했고 총 22조원 넘게 지원됐지만 정작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추경 편성 가능성 일축과 다양한 세수 결손 대응 검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계감이 높은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임제혁 연구원은 "추경호 부총리가 추경 편성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으나 저조한 세수 진도율을 기반으로 시장의 경계감은 높게 형성됐다"며 "3월까지 20% 초반대의 비슷한 진도율을 보였던 2013~2015년 모두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불용액 규모가 컸던 201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경을 편성해 향후 경기모멘텀에 따라 세수진도율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더라도 단기간 내에 추경 편성 경계감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현재 재정증권과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세입의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는 세출 조정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올해 정부는 총 167조8천억원의 국채 발행 계획을 하고 있지만 현재 세수 진도율을 고려하면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sg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