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달러-엔 환율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일본 주식시장 등의 향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되면서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동참한 일본 증시 랠리도 달러-엔이 변수

일본 대형 수출주 중심인 닛케이 225 지수는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초인 지난 1월 4일에 25,661.89를 저점으로 확인한 뒤 대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7일에는 한때 32,708.53을 찍으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225 지수 일봉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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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간에 달러-엔 환율도 지난 1월 16일 127.220엔을 바닥으로 확인한 뒤 지난 주말에는 한때 140엔을 위로 뚫는 등 상승 추세를 강화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일본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됐다.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견인했다는 의미다.

투자의 현인인 워런 버핏도 엔화 약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NYS:BRK.A)는 지난 4월에도 대규모 엔화 채권을 발행하며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했다.

버핏은 일본의 종합무역상사에 대한 투자지분을 확대하며 일본 주식시장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의 경우 현금 흐름이 양호한 데다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달러-엔이 '가짜 새벽'의 시금석

하지만 이제부터 달러-엔 환율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일본 주식시장의 랠리가 '가짜 새벽(false dawn)'일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짜 새벽은 실상이 그렇지 않음에도 경제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는 경제 회복세가 그동안 지속된 어려움에 따른 기저 효과로 나타난 일종의 착시현상에 따른 것이다.

당장 달러-엔 약세를 부채질하는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행보가 위협받고 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BOJ가 조만간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BOJ가 불가피하게 긴축적인 행보를 강화할 경우 온실 속 화초 같은 일본 주식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트릴레마의 덫에 걸린 BOJ, 미국채 대규모 매도할 수도

특히 BOJ는 전형적인 트릴레마(Trilemma)의 덫에 걸렸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매파적인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BOJ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3가지 딜레마라는 뜻인 트릴레마는 자본 자유화(financial integration), 통화정책 자율성(monetary independence), 환율 안정(exchange rate stability) 등 세 가지 정책 목표의 동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BOJ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일본 엔화는 어느 정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미국채와 일본국채(JGB)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도 있는 점도 일본 주식시장에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달러-엔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이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적인 행보를 강화할 경우 파장이 증폭될 수도 있다.

BOJ는 지난해 말에 달러-엔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유 미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미국채 수익률 급등세를 촉발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는 BOJ가 외통수로 고려해야 할 환율 방어 수단이 미국채 및 달러 매도이기 때문이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해에도 엔화를 매수하는 데 500억 달러 가까이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모만큼 미국채 보유 포지션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던 지난해 12월 글로벌 채권시장의 순매도세의 70%는 일본 투자자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엔 환율이 불안해지면 BOJ 등 일본의 외환당국이 주도하는 지난해 말의 패닉 장세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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