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복장으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라, 복장으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꼰대스러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비공개로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확대간부회의 주재하는 추경호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7.22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추 부총리는 업무적 성과만 낼 수 있다면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 심지어는 슬리퍼를 신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가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서도 도입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복장 실험에 나선 것이다.

민간기업이라 하더라도 상당수는 여름철에 한정해 '쿨비즈(노타이 반소매 셔츠 차림)'를 허용하고 있지만, 슬리퍼 착용까지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의 규정과 비교하면 추 부총리의 이번 언급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공무원 복장 간소 관련 지침'을 시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상의의 경우 노타이 정장, 콤비, 니트, 남방, 셔츠를, 하의는 정장 바지와 면바지 등을 권장 복장으로 제시했다.

넥타이도 국회와 공청회 등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는 매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슬리퍼와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금지된 복장으로 분류했다.

이런 이유로 세종 공무원 사회는 지금까지도 '긴바지옥(긴바지+지옥)'에 빠져 있었다.

물론, 추 부총리의 '가이드라인'이 공식 행사에서도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추 부총리의 과감한 '복장 실험'에는 '창의'와 '효율화' 독려가 녹아 있다는 평가다.

자유로운 복장 속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나올 수 있고, 기재부 정책에서 이러한 점이 발현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주요 글로벌 대기업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6년부터 반바지를 허용하는 등 자율화를 도입했고, 지난해 임원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3년 전, LG그룹은 4년 전에 임직원 자율복장 근무제를 도입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요구하는 데다, 실제로 복장 자율화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인크루트가 '사내 복장 자율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찬성'했다.

이유로는 '불필요한 사내 규율이나 관습을 없앨 필요가 있다(36.7%)'가 가장 많았고, '업무효율 상승(33.5%)', '사내 분위기 전환(19.4%)' 등이 뒤를 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 부총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조직에서 불필요한 어떤 것도 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간부회의에서 꼰대 등의 비유를 들면서 복장 간소화를 강하게 강조한 것은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직원 편의를 높이려는 추 부총리의 실용적 성향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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