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그동안 지속했던 긴축정책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의 재정적자 등으로 국채 공급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 미국 국채금리 15년래 최고…하반기 금리인하 '난망'

8월 말 기준으로 미국 국채금리는 2년이 연 4.87%, 5년이 4.25%, 10년이 4.11% 등이다. 10년물 기준으로 한때 연 4.33%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숨 고르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지난 2007년 11월 이후 거의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사진설명:미국 2년, 5년, 10년 국채금리 추이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가 크게 바뀐 영향이다. 미국의 성장 동력이 예상보다 양호한 상황에서 연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퇴색됐다. 금융시장의 전망과 달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5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통화당국이 물러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국채 수급도 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미국 재정적자가 작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되면서 8월부터 중장기채 중심으로 국채 발행물량이 늘어났지만, 매수 주체는 예전만 못하다. 미국은행권의 매수 여력이 여의찮은 데다 외국인, 특히 중국과 일본의 미국 국채 매수도 줄었다. 지난 6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8천354억달러(약 1천120조원)로 전달보다 113억달러(약 15조원) 감소했다.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소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량도 1년 전과 비교해 1천271억달러(약 171조원) 정도 줄었다.

◇ 미국 고금리 장기화시 국내 금리상승·금융 불안 자극

문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한국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자산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무위험자산인 미국 국채의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주요국의 국채나 회사채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계 및 기업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의 중장기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미국 국채금리에 보다 민감하게 연동한다. (미국 및 한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사진 참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미국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국내의 각종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진설명:미국과 한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 추이

 

국내외 금리차만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자본이 유출되지는 않겠지만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에 고금리 메리트까지 부각될 경우 투자기관들 사이에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국내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연준이 긴축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쉽사리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저금리에 익숙한 한국 경제에 '부채의 복수' 우려

실물경제에도 시차를 두고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저금리에 기대어 쉽게 자금을 차입하고 상환했던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칫 자금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늘려놓은 각종 부채가 정작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 긴축기조가 곧 끝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면서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도 주춤해지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고금리 현상이 길어지면 투자기관의 입장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원인이었던 역마진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회복세마저 늦어지면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는 그동안 저금리에 익숙한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의 돈을 이용했던 차주의 입장에서는 '부채의 복수'가 더욱 길어지고 혹독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하셔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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