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현수막 전쟁이 한창이다. 현역 지역구 의원이 '숙원 사업비 수억원 확보'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걸기가 무섭게 가까운 거리에 다른 당의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수막을 보면 자신들을 당선시킬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선심성 예산이나 소위 '표팔이용' 예산이 늘어날수록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는 곳도 있다.

당장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정부 채무가 전월대비 12조1천억원이나 증가한 1천110조원을 기록했다. 이번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을 누차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국가채무가 벌써 작년 말보다 76조5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일부 공기업들은 지속경영을 의심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이다. 전기요금이 원자재 가격상승에 미치지 못한 탓에 한전은 지난해 33조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 이미 8조4천5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부채는 200조원을 넘었고,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50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등 다른 공기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료출처: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명절을 맞아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같은 조치도 논란이다.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한두 번의 통행료 면제가 반가울 수 있지만, 도로공사의 입장에서는 재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액은 지난해에만 4천259억원에 이르고, 최근 5년간 1조9천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에 도로공사의 부채는 지난 2018년 28조1천억원에서 작년 말 35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자료출처:감사원 공공기관 감사보고서

 


문제는 공기업의 부실과 재무 악화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업손실과 대규모 적자가 누증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공사채 발행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한전의 공사채 발행 잔액은 2020년 29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70조6천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가스공사의 공사채 발행 잔액도 19조6천억원에서 26조7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과 맞물려 공사채 발행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도 산더미처럼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공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전반적인 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실적 및 재무 악화가 시장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일부 공기업들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욕을 먹는 단골손님이 됐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물론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재정 악화를 완화할 자구 방안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안정 등 각종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이 지연되고 요금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보니 공기업의 재정 악화와 부채 증가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려운 처지다. 공기업에 방만 경영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나 명절 통행료 면제와 같은 정치권 포플리즘으로 촉발된 위험 요인부터 먼저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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