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대내외 여건이 어렵습니다.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지속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경제뿐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각 부처는 민생안정을 위해 고물가ㆍ고금리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경제 여건이 녹녹하지 않다는 뜻이다.

◇ 상당 기간 고금리·고물가와 상존 불가피

한덕수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세계적으로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이제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금융비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잠잠했던 물가가 치솟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도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올렸음에도 물가도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사진 설명: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 및 다우지수.코스피지수 추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5% 선을 넘나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력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을 계기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국내 금융에서도 채권가격과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이제 금융권을 중심으로 미국의 국채금리가 6%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분간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 저성장 맞물려 가계소득 감소…소비 확대 기대난

대내적으로는 상당 기간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 고금리와 고유가 등의 변수도 심상찮은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 수준을 1.9%와 1.7% 등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가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고금리 현상 장기화에 저성장 기조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에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등 부채의 심각성도 부각되고 있다.

자료 출처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최근 가계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지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며 4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기록이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천으로 전년동기대비 2.8% 줄었다. 물가를 반영한 2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5.9% 곤두박질했다. 소비를 통해 경제를 뒷받침해야 하는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여의찮다.

◇ 디레버리징 등 부채관리 불가피…구조조정도 병행해야

이렇다 보니 연초 무게가 실렸던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상저하고' 전망은 자리를 감춘 지 오래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도 어려운 만큼 경기 회복 추진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뉴노멀로 자리 잡은 만큼 당분간 가계와 기업 등도 이를 상수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끌이나 빚투와 같이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투자하더라도 단기적인 가격상승에 기댄 자본차익보다 높아진 금리에 이자수익에 비중을 둬야 한다.

금융당국도 경제주체의 '디레버리징'을 유도하고 각종 부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갑자기 늘어난 분야의 부채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 써 관리하고 각종 부채 리스크가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을 구분해 힘들더라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고름이 절대 살이 되지 않듯이,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부실기업의 수명만 연장하는 누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정책은 부실의 눈덩이만 키우고 자칫 괜찮은 기업마저 자금난에 허덕이게 만들어, 한국 경제 전반으로 부실 위험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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