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추수감사절 등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월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묵직한 원투 펀치(one-two punch)가 날아들었다. 원투펀치는 가장 원초적인 격투기인 권투에서 날카롭게 잽을 넣으면서 한쪽 손으로는 스트레이트를 넣는 기본 동작을 일컫는다.

◇ 장 마감 무렵 전해진 묵직한 '한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게 잽에 해당한다면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 강등은 제법 타격감이 큰 스트레이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무디스는 지난 10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뉴욕증시 등 월가가 한주의 거래를 마감하는 시점에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 등급에서 '부정적' 등급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장중에 발표됐다면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을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 소식이다.

월가 등은 무디스가 국가신용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디스가 조만간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높은 금리, 재정 건전성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재정 적자가 매우 큰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회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향후 정치권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방안에 합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부채상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벼랑 끝 전술',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 해임, 또다시 거론되는 부분적 정부 셧다운 등을 문제점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무디스는 또 "미국의 재정 건전성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고, 미국 채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점도 이 리스크를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인 'Aaa'로 유지했다.

◇월가의 걱정은 이제부터…미국채 크레디트 리스크 재평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자체는 'Aaa'로 유지됐지만 월가의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주말인 오는 17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위기에 놓여서다.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면 무디스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라는 오래된 인식의 종말이 가시화되는 진실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피치는 지난 8월에 무디스와 같은 이유를 들어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미 10년 전에 무디스와 닮은 꼴 이유를 들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까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당장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미국채가 '크레디트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월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미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간프리미엄은 수급 여건, 변동성, 인플레이션, 경기 동향 등에 영향을 받아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산되는 크레디트 리스크의 증폭은 채권의 본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기간 프리미엄 반영한 최근 미국채 수익률 급등은 애교

미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평가된다면 지난달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한때 연 5.0%를 위로 뚫는 등 급등했던 불안 장세는 애교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당시 미국채 수익률 급등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한 영향 등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채권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기간 프리미엄은 채권의 만기가 길어지는 데 따른 할인 요인을 일컫는다. 채권의 만기가 길어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통상적인 경우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채권 수익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채권의 단가는 그만큼 저렴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채의 경우 단기물 수익률이 장기물 수익률보다 되레 높은 이른바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상이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기준금리를 워낙 가파르게 올린 탓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물은 연 5.25~5.50% 수준인 기준금리에 수렴한 반면 장기물은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밑돌면서다.

최근 들어 미국채 장기물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역전폭이 100bp 이상 벌어지는 등 비정상적이었던 기간 프리미엄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풀이됐다.

이제부터 미국채 수익률 행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채가 기간 프리미엄에다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가세하는 등 여태까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처지로 전락하고 있어서다.(뉴욕특파원)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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