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정 정책수장들이 연거푸 부동산 PF의 연착륙 필요성과 선제적인 옥석 가리기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부동산발 부실이 확산하면 건설사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부동산 PF 대출이 많은 상호금융권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나빠진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재구조화해서 옥석을 가린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42%를 기록했다. 작년 말 1.19%와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한 수준이며, 올해 6월 말 2.17%와 비교해도 0.24%포인트나 높다.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은 4.18%, 저축은행권의 연체율은 5.56% 수준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13.85%에 달한다.




부동산 PF 연체율이 급증하자 건설사나 제2금융권 위주로 불안감도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부 건설사가 부동산 PF 부실로 부도를 선언할 수 있다는 '지라시'가 돌고, 1급 대형건설사가 조만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PF 공포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이 계속 늘어난 데는 금융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도 한몫했다. 그동안 대주단 협약을 통해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유도하는 등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여러 이유로 PF 대출 보증 규모와 한도를 확대하는 등 심사기준과 규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했던 것도 부동산 PF 부실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자, 금융당국도 부동산 PF와 관련해 재무적으로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와 금융사에 대해서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조정과 정리를 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물론 당국이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의구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사업장을 그대로 둔 채 연명하는 것만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PF 부실이 번져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지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실물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도 어렵다. 금융당국이 총선 이전이라도 PF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이면서, PF 대출금리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발 신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하락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부동산 PF발 신용경색이 확산하면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바야흐로 부동산 PF 부실이 수술대에 올랐다. 이제 인공호흡기만으로 연명하는 수준을 넘었다는 뜻이다. 본격적으로 부실 사업장에 메스를 들고 수술도 해야 하는 때다. 그래야 환자도 살리고 전염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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