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채권단과 정부,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9일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등장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고개 숙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그는 "'일부 자구계획 미이행' 논란을 자초하며 채권단 여러분께 오해와 혼란을 드렸던 점, 사과드립니다"라며 스스로 잘못을 언급했다.

윤 창업회장에 이어 입장문을 낭독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도 "국민과 정부, 채권단에 깊은 염려를 끼쳐드려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정중히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라고 카메라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오너가는 SBS와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필요시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새로운 자구안을 꺼내 들었다.

채권단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의 일환으로, 이로써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태영그룹 오너가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말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 중 890억원을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써 질타받았으며,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5일 윤 회장에게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휘청이는 와중에도 오너가는 그룹의 지배력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혹은 기정사실처럼 번졌다.

그간 '진정성'을 의심받는 태도를 보인 태영그룹 오너가가 자세를 고쳐 앉은 데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지속적인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약속한 선결조건 4개를 모두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에서도 태영그룹 대주주에 대한 압박은 지속됐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건설이 이행하겠다고 밝힌 조건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 대주주의 책임있는 행동과 추가 자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태영에) 상당히 불신이 있는 상황"이라며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라며 "국민과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게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압박했다.

'진정성 없이 지원은 없다'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확고한 의지에 워크아웃 개시가 불분명해지고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결국 태영그룹 오너가는 백기를 든 모습이다.

윤 창업회장은 "태영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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