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청룡의 해를 맞아 부푼 기대감을 품고 출발한 2024년 갑진년 1월 국내 금융시장에 뜻하지 않은 한기가 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해 12월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달러-원 환율도 예상과 달리 가파르게 상승(원화 약세)했다. 채권값도 오히려 하락(채권금리 상승)하고 있다. 연초부터 원화 자산이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2,655.28로 장을 마쳤던 코스피지수는 영업일 기준으로 거의 보름 만인 22일에는 2,464.35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벌써 7% 이상 떨어졌다. 다른 주요국의 증시와 비교하면 코스피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경기 부진에 허덕이는 중국과 홍콩의 주가지수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반면 이웃 나라인 일본 증시는 올해에만 9%대 상승률로 우리와는 격세지감이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도 모두 올랐다.


사진설명:연초 이후 주요 주가지수 상대성과

 


원화 채권값도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도 약세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작년 말 연 3.183%에서 전일 3.372%로 20bp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에 원화 가치를 대표하는 달러-원 환율도 1,288.00원에서 1,338.90원으로 50원 이상 상승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와 맞물려 달러-원 환율도 상승 폭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해 원화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 연말께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의 영향이 크다. 특히 과도하게 선반영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 등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대외여건에 민감한 우리나라 주가의 낙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커진 이유다.

당초 기대에 비해 저조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며 가격 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기대치에 밑도는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국내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2차전지 업종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도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실적 우려를 자극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갈등과 양안 이슈, 남북한의 대치 국면 고조 등 국내외적으로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각종 지정학적 긴장감도 국내 금융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연초부터 원화 자산이 유독 약세를 보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주식시장 개장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 금융시장에 관심이 크다. 금융당국도 걸핏하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면서 자본시장 규제를 철저하게 없애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말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언급하면서 공매도 완전 금지 조치와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역행하는 조치들이 적지 않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다고 했으나, 국고가 텅 빈 상황에서 재정부처와 제대로 된 논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입법부와의 논의 등을 감안할 때 정책 불확실성만 커졌고 총선을 앞두고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약속 정도에 그칠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아무쪼록 올해 금융시장도 연초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만으로 마냥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럴 때일수록 당국도 시장 변동성 확대와 불확실성을 감안해 위기관리에 더욱 치중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때도 설계단계부터 보다 세심하게 준비하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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