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9일 서울 채권시장은 국고 30년 입찰을 소화하며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입찰 사이클상으론 가장 난도가 높은 시기다. 듀레이션이 큰 데다 30년 국채선물 상장을 앞두고 물량(총 3조7천억 원)도 늘어 델타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이전 사이클과는 다소 다른 흐름도 엿보인다. 이번엔 내달 국고채 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30년 금리가 미리 치솟았다. 공급 확대 전망에 약세를 선반영한 셈이다. 다소 높아진 금리 수준은 입찰 부담을 다소 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나오는 약세 재료란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이번 주엔 FOMC 결과와 미 재무부 리펀딩 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다.

채권에 비우호적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중기적 관점에선 튈 때 사두자는 논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커브는 상대적으로 기댈 곳이 있는 중단기 구간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펀더멘털상으로도 연착륙 내러티브가 지속하는 한 스티프닝(가팔라짐)이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전 거래일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4.12bp 올라 4.3447%, 10년 금리는 2.57bp 상승해 4.1460%를 나타냈다.

◇ 미 PCE 지표에 채권시장은 갸우뚱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 지표가 공개된 후 중단기 금리는 소폭 올랐다.

인플레 수치가 전반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작년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과 비교해 2.9% 상승했다. 3%를 하회한 것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근원 PCE 오름세가 전월 대비로 가팔라진 점이 약세 재료로 작용했을 수 있다.

1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2% 올랐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전달(0.1% 상승)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FOMC를 앞둔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에 인하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앞서갔던 3월 인하 기대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반영된 3월 인하 기대는 46.2%로 떨어졌다. FOMC가 다가올수록 자신감이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작년 12월 PCE 지표는 3월 인하 기대를 뒷받침할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다.

다만 인플레 반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슈퍼코어 인플레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지만 고용시장이 점차 균형을 찾아간다는 평가를 전제로 하면 좀 더 지켜볼 여유도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6일 연설에서 인플레가 다시 튀지만 않는다면 FOMC가 올해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작년 근원 PCE 전망치는 3.2%, 올해는 2.4% 수준이다. 수치상으론 디스인플레 진전이 예상보다 다소 빨라 보인다.

◇ 이번에도 8개월 만에 인하?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기를 보면 마지막 인상 후 평균 8개월 만에 금리인하가 이뤄졌다고 한다.

3월은 마지막 인상 후 8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와 이에 따른 긴축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인하 기대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하이퍼 인플레가 유례없는 통화 긴축을 초래한 요인이고 그 지속성이 여전한 점을 감안하면 3월 인하 기대는 다소 앞선 측면이 있다. 금융시장 붕괴 우려에 빠르게 대응하던 과거와도 흐름이 다르다. 현재는 연착륙이 금융시장의 대세 내러티브(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4분기 GDP 성장률(3.3%)과 관련 "이것은 강하고 건전한 지출과 생산성 향상을 반영하는 좋은 일이며,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연착륙 시나리오를 위협하는 어떤 것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QT 감속에 어른대는 정치 그림자

양적 긴축(QT)은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양적완화는 부채의 화폐화 우려를 제기한다. 매입 주체인 중앙은행은 발행 주체와 다르지만 정부의 방만한 재정 적자를 뒷받침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어서다.

종전에 해오던 양적 긴축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QT 감속도 이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엔 공교롭게 재무부 리펀딩계획이 겹쳐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외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지난 25일 미국의 공공 부채의 절대 수준은 34조달러(4경6천조원)로 이는 "무서운(scary) 숫자라며 금리가 더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MO 캐피털은 이번 재무부 리펀딩 계획에서 장기물 발행 비중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0년 구간이 가장 크게 늘어 주목받을 것으로 봤다.

예상대로 장기 발행이 느는 상황에서 QT 감속에 대한 언급이 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재료다. 노무라증권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월러 연준 이사 등이 QT 감속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즉각적인 조정에 대해선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스탠딩 레포 등 유동성 급감에 대응할 수단이 있어서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 밤 1,335.0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2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36.30원) 대비 0.90원 오른 셈이다. (금융시장부 기자)

PCE 인플레 부문별 기여도 및 전체 추이
노무라증권

 


연준 마지막 인상 후 금리인하까지 걸리는 기간
아폴로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반영된 금리인하 기대
CME 페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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