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화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디스카운트,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다. 금융당국이 K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는 물론 자동차와 유통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인 반영된 영향이다.




◇ K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에 주식시장 '들썩'

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해 현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수치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위주로 매수가 폭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K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기업 가치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PBR이 낮은 저평가주의 가치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K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상장사 이사회가 주주환원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경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지금보다 50~120% 상승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아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1심 판결이 미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과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상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 거짓 공시·회계 분식 등의 혐의에서 이재용 회장에 모두 무죄를 내렸다.


◇ 이재용 무죄 판결과 K디스카운트 우려

삼성이나 이재용 회장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1심 판결이긴 하나, 수년째 지속됐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을 농락하고 경제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며, 이를 용인하는 것은 K디스카운트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이 작년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해외 시각도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일부 외신은 이번 판결이 글로벌 스마트폰·메모리칩 침체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성전자에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CNN 등은 "이번 결정이 한국 법 제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적 특혜라는 오래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 K디스카운트 해소 계기로 삼아야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오너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경영진은 이를 따라가고 이사회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기 일쑤다. 일반 주주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법부는 경제에 대한 기여 등을 이유로 오너 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이런 기업 거버넌스와 시스템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어떤 투자자가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시장에 투자하겠는가.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진 마당에 판결 자체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겠지만, 사법적 판단과는 별도로 이재용 회장의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체계를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K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K디스카운트이란 단어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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