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초미지(unknown unknowns)의 위험'은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리스크(risk)를 일컫는다. 해당 리스크는 늘 깊은 상처와 후폭풍을 남기기 마련이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아서다. 올해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월가 반응이 이런 사례에 해당할 듯하다.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위로 뚫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1.37% 고꾸라지는 등 뉴욕의 3대 주요 지수는 CPI 발표 직후에 1.3~1.8% 동반 급락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면서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종가 대비 한 때 14bp나 올랐고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한때 무려 21bp나 치솟았다.

현대경제학이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는 존 매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강조했던 명제는 이번에도 위용을 드러냈다. 케인스가 강조했던 '일은 항상 예기치 못한 때 일어난다(The expected never happens. It is the unexpected always)'는 명제가 이번에도 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드세다는 점을 모두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가계는 이미 주거비를 중심으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훨씬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사이트인 '질로우(https://www.zillow.com)'만 살펴봐도 미국 주거비가 얼마나 야만적일 정도로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뉴욕 월가로 나가려면 원활한 교통상황에도 차로 1시간가량 이상이 소요되는 뉴저지 북부 변두리에 있는 방 2개, 욕실 2개의 콘도(한국에서 아파트로 부르는 주택)가 팬데믹 전에는 40만달러 안팎 수준이었다. 해당 물건은 지난해 9월 무려 45.5%나 오른 59만5천달러에 매물로 나왔고 다시 가격을 4% 올려 최종 희망 매도가격이 61만9천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매수자가 해당 매물에 대해 인수 희망가를 제출해 낙찰받는 형식으로 주택 매매가 이뤄진다. 지금은 대부분의 경우 희망 매도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다. 주택을 팔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주택 가액의 대략 2%에 해당하는 재산세도 매수자가 덤으로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해당 주택은 과세표준이 30만달러 수준일 경우에도 세금을 한해에 무려 6천121달러를 내야 했다. 달러-원 환율 1천330원을 적용하면 4억원 남짓한 주택 보유자가 한 해에 부담해야 하는 재산세가 무려 814만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과표가 오르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재산세 부담은 그만큼 증폭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는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CPI는 이른바 '자가주거비(OER:Owners' Equivalent Rent)'를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OER은 '내가 현재 보유한 주택의 렌트 비용'에 대한 개념이다. 실제로 렌트를 준다는 개념보다 '만약에 내가 우리 집을 빌려주게 된다면 얼마의 렌트비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집주인들의 설문조사 결과물이다.

집값이 치솟고 있는 지금의 미국 상황을 보면 OER이 당분간 낮아질 것 같지 않다. 대략 3월부터는 이른바 '학군 수요'까지 본격화될 전망이다. 9월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미국의 경우 사실상 고등학교까지 무상인 공교육 중심이다. 학군별로 대학 진학 실적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좋은 학군의 주택의 경우 그만큼 수요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당분간 주택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궁금한 투자자들은 당분간 부동산 전문사이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번 1월 CPI에서 발표된 주거비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전체 인플레이션 상승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편집해설위원)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