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9일 서울 채권시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가속 우려에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반등한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예상을 웃돌자 우려는 커졌다.

전 거래일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6.12bp 올라 4.6394%, 10년 금리는 4.24bp 올라 4.2841%를 나타냈다.

1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1% 상승을 웃도는 결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처음 거래되는 30년 국채선물 추이도 주시할 부분이다.

◇ 12월 FOMC 직후 미 국채 2년 금리 급락분 절반 이상 되돌려

시장금리 하락 국면에 말을 아끼던 채권 숏(매도) 구루도 입을 열었다. 뉴욕 금융시장에 따르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이 될 확률이 15% 정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이 작년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닫고 2024년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에 정반대의 경로를 말한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연준 관계자가 최근 물가 지표 등의 의미를 축소했지만 잘 먹히지 않은 셈이다. 미 국채 2년 금리는 4.6394%까지 올랐다. 12월 FOMC 당일 4.73%에서 4.43%로 급락한 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국고 3년 민평금리는 FOMC 전날이 3.46%였다. 전일 민평금리(3.406%)와 격차는 5bp 수준에 불과하다.

연준이 점도표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닫고 금리인하를 시사함에 따라 앞당겨졌던 인하 기대가 다시 멀어진 셈이다. '공간을 주자 사라졌던 시간'이 12월 FOMC 이후의 테마였다면 최근 반대되는 흐름이 펼쳐진 것이다.

◇ 연준은 왜 공간을 내줬을까…"인플레 잡아야 하는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연준이 왜 공간을 내줬을까'이다. 점도표에서 추가 인상을 열어뒀다면 시장 금리가 이처럼 빠르게 내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연착륙을 염두에 둔 연준 입장에선 시장 금리를 안정시키면서 인플레를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당시엔 인플레가 예상보다 빠르게 내리는 경로를 확인했을 때다.

'연착륙' 내러티브를 강조한다면 경기가 좋기 때문에 인플레가 재반등할 것이란 우려도 진정시킬 수 있다. 기대 인플레를 잡기엔 최적의 수단인 셈이다.

기준금리가 종전 중립 금리 추정치를 크게 웃돈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와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배경으로 꼽힌다.

◇ 인플레만 둔화하면 완벽했던 계획에 차질 우려

인플레만 계속 둔화하면 완벽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발표 직후다. PPI까지 반등하자 우려는 더 커졌다.

PPI를 선행지표로 봐야 할지는 고민해볼 부분이다. 인플레 사이클에서 PPI는 CPI의 선행지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PPI 둔화에 기대를 가졌다가 '꺾이지 않는' CPI를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PPI 상승이 CPI 반등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강한 고용시장과 서비스 측면의 PPI 인플레 등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선 경계할 부분이다.

◇ 매파 3인방 중…서머스만 기존 의견 고수

다만 연준의 매파로 평가됐던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PI 지표의 추세 전환 가능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는 1월 CPI는 물가 목표인 2%로 가는 길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연준을 신중하게 만들 요인이지만 금리인하를 뒤로 미룰 명분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내 매파로 꼽혔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통화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5일 한 콘퍼런스에서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에 대해 발표했다. CPI 발표 이후였는데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코멘트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월러 이사는 지표에 대해 다소 뒤늦게 평가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가파른 인상 사이클에서 대표적 매파로 꼽혔던 세 구루들(서머스, 불러드, 월러)의 생각도 매파와 비둘기파, 중립으로 각각 나뉜 셈이다.

◇ 딜링룸 주간 회의서 무슨 말 나올까

이날 주간 회의에서도 시장 참가자 간 의견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침묵이 금이다'란 격언이 더 와닿을 수도 있다.

지표 발표에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졌고 공간이 확대됐다는(금리 상승) 전제하에서 공간을 어디까지 상하로 열어둘지가 논의의 초점이 될 수 있다.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롱(매수)이든 숏(매도)이든 집행 시간을 다각화(Time diversification)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달러화 상승세가 주춤하고 크레디트 시장이 버티고 있다는 점은 롱(매수) 뷰의 믿을 구석이다. 단기 자금시장이 불안한 점은 숏(매도) 의견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한은의 존재를 생각하면 단기 금리의 상방은 제한돼 있다.

이번 주 주요 이벤트는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와 23일 국고채 모집 발행, 월러 이사 연설(한국 시각으로 23일 오전) 등이 꼽힌다.

금통위 당일 경계 분위기와 다음 날(23일) 모집 발행 준비가 겹칠 경우 경계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 다만 국고 3년이 3.4%대 중반에서 금통위를 맞이한다면 약세 여지 또한 크지 않아 보인다.

월러 이사가 CPI 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가 가장 주목된다. 그는 경제전망을 주제로 발표한다. 다른 연준 관계자들처럼 추세가 바뀌지 않았단 시각을 보이면 시장은 강해질 수 있다.

이날 밤 미국 금융시장은 프레지던트 데이를 맞아 휴장한다. 최근 일련의 미국 경제지표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번 셈이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 밤 1,330.75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9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35.40원) 대비 2.75원 내린 셈이다.(금융시장부 기자)

미 국채 2년물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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