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재대결이 유력해 보이는 미국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국내에서는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아낌없이 돈을 쓰겠다'는 점에서 너무나 닮았다. 표를 얻기 위해 각종 선심성 정책이 쏟아지면서,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현상을 일컫는 '폴리코노미(Policonomy)'의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멀쩡한 철도를 수십조원을 들여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포함해 각종 지역개발방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공약이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육아 및 출산 대책, 금융지원 대책 등으로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및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대주주 양도세 완화 등 잇따른 감세정책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총국세 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예산 대비 56조4천억원이나 덜 걷혔다. 2022년 국세 수입과 비교해도 51조9천억원 줄었다. 올해 나라 곳간도 썩 좋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가 거짓말이란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 데, 선거를 치를 때마다 어떻게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없이 돈을 쓰겠다는 곳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재정을 대신할 금융권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깊어지는 금융권의 몸살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국가 대신 은행권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원리금을 탕감해주고 만기도 연장해주자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투자과정에서 입은 손실도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바야흐로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민들이 어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지 따져보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게 민생을 챙기는 기본이다. 이를 외면하고 표심만 노린 지역개발이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양극화만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회색코뿔소'가 곳곳에 널렸다.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회색코뿔소다. 경고가 지속된 탓에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3년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가계신용(가계 빚)은 1천886조4천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1년 전보다는 18조8천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비화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수백조원을 넘었고, 자영업자 대출도 고금리 현상과 맞물려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거시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등 수출 주력산업도 예전만 못하다. 한시도 고삐를 놓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이란 뜻이다. 선거에서 표를 노린 공약과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제2의 IMF를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은 폴리코노미로 재정을 낭비할 게 아니라 회색코뿔소로부터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을 안전하게 지켜줄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할 때다. 정치인들도 사업성 없는 경전철 사업을 시행했다가 214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전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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