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28일 서울 채권시장은 주 후반 나오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를 대기하며 관망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전일 미 국채 수익률곡선(커브)의 기울기는 가팔라졌다. 미 국채 2년물은 3.76bp 내려 4.6871%, 10년 금리는 2.56bp 올라 4.3012%를 나타냈다. 유가도 올라 장기 금리 움직임을 뒷받침했다.

장중엔 호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오전 9시30분)와 뉴질랜드중앙은행(RBNZ) 기준금리 결정(오전 10시)이 예정돼 있다.

RBNZ는 지난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5.5%에서 동결했다. 이번에도 동결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질랜드의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7% 올라 직전분기의 5.6%에서 크게 둔화했다.

JP모건은 RBNZ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 기대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 11월 의사록에 제시된 것과 마찬가지로 긴축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인플레이션 지표도 주시할 요인이다. RBA는 이달 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RBA는 인플레 상방 위험을 경계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닫아 놓은 다른 중앙은행 대비 매파적 행보로 평가됐다.

◇ 새로 출현한 FOMC 투표권자의 명쾌한 논리

인플레 지표 발표를 앞두고 나온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주장은 명확했다. 올해 FOMC 투표권자인 슈미드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통화정책 의견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플레 상방 위험을 슈퍼코어(주택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에 집중해 설명했다.

그는 2022년 긴축 이후로 인플레 둔화는 에너지와 상품 가격 하락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에서 추가 하락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은 서비스를 통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2% 수준의 인플레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선 고용 비용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용시장 관련 최근엔 경제활동참가율이 다시 떨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요 둔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등 고용의 공급 측면 개선이 주춤하니 수요측 영향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은 최근 몇분기 동안 추세를 크게 웃돌고 고용시장의 수요도 견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가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타이트하고 수요도 상당한 모멘텀을 보이는 만큼 선제적으로 정책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호조 속 디스인플레가 진행된다는 연착륙 내러티브와는 다소 톤에 차이가 있다. 이보단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준 집행부보다 다소 매파적인 그의 의견이 FOMC 내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 슈퍼개미가 본 인플레…3년 국채선물 매도

최근 개인 투자자가 3년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개인 투자자를 특정할 순 없지만 시장에선 과감한 베팅 스타일 등을 고려해 슈퍼개미라 일컫는다.

슈퍼개미는 지난 22일부터 4거래일간 3년 국채선물을 5천500여계약 순매도했다. 거래 시기상으로 미국 인플레의 상방 위험을 높이 봤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플레를 두고 채권시장의 고민은 몇 년이 지나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인플레가 일시적인지 격론이 벌어졌던 출발점에 다시 점차 모여드는 형국이다.

◇ 버냉키, 연착륙 내러티브 동조…"할아버지 시대 인플레 아냐"

인플레는 연쇄적이고 복잡하다고 평가된다. 지표 발표 때마다 일회성으로 보이는 요인이 출현한다. 일례로 자동차 보험 가격이 오르는데 일회성 요인이란 평가가 나오는 식이다.

다만 자동차 가격이 그간 상승한 것을 뒤늦게 반영하는 측면을 고려하면 예고됐던 재료로 볼 수 있다. 인플레 국면에서 인건비 또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 그 경제 주체가 상대적으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시장이 부러져야 인플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경기 충격에 회사가 어려워지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져서다. 다른 회사로 이직이 어렵다는 사실도 디스인플레에 도움이 된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은 이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연준의 연착륙 내러티브는 이러한 논리에 반박한다. 고용시장 등이 코로나 팬더믹 충격을 딛고 재조정을 거치면서 인플레도 안정된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기대 인플레가 안착한 상황이란 점이 이 논리의 강력한 무기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작년 말 핌코와 인터뷰에서 현재 디스인플레이션은 할아버지 시대의 인플레이션과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요 폭발에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그보단 재조정 등 공급 측면의 영향에 주목했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의 디스인플레가 선반영되고 서비스 측면으로 시장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어떤 논리에 더 힘이 실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여건지수 추이(청색이 수준. 녹색은 모멘텀)
캔자스시티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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