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수 '상한' 두는 정관 변경 추진
소액주주·KCGI, 분리선출 방식 이사 후보 추천
KCGI와 블록딜 협의 당시 사실상 지명권 약속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DB하이텍이 이사회 멤버 수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정관에 명시된 이사 수는 '4인 이상'으로 별도의 정원 제한이 없었다.

소액주주연대가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한 상황에서 이들이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걸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사회 정원을 정해 합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은 다음 달 28일 개최하는 '제71기 정기주주총회'에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분리선출) 등을 상정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여기엔 소액주주연대와 KCGI가 주주제안 한 안건도 포함됐다.

우선 소액주주연대는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제28조의 2)에 명시하자고 제안(제2-4호)했다.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단하지 않으니 주주들의 지지를 모아 직접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안건이 주총 문턱을 넘을 경우에 대비해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72만6천653주를 소각하는 '자사주 소각의 건(제3호)'도 주주제안했다. 만약 해당 정관변경안(제2-4호)이 부결되는 경우 자사주 소각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않고 자동 폐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액주주연대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즉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뽑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한승엽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인 이사 선임 아닌 분리선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이 보유 지분과 관계없이 최대 3%로 제한(3%룰)되는 제도로, 소액주주 등의 권익 제고를 위해 2020년 말 도입됐다.

실제로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가결 가능성이 높은 분리선출 제도를 콕 집어 주주제안을 실시하는 추세다. 현실적으로 대주주 측의 지지를 받기 어려우니 그들의 의결권이 낮게 행사되는 틈을 노리는 것이다.

작년 말까지 지분 7.05%를 보유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KCGI도 이번에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윤영목 아스텔라비앤씨 대표이사다.

사실 회사 입장에선 이 같은 소수주주들의 주주제안이 부담스럽다. 이사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인물이 아닌 외부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DB하이텍은 이사회 정원을 4~8명으로 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효율적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이사의 수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DB하이텍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6인 체제'다. 이 중 황철성 사외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이에 회사 측은 이번에 황 이사를 사외이사에 재선임하고 이상기 DB하이텍 기술개발실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두 사람 선임안이 가결되면 이사회 멤버가 7명이 된다.

그러면 남은 건 한자리뿐이다. 소액주주연대와 KCGI가 추천한 후보 중 한명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회사 측은 "주주제안 측 후보 두 명을 일괄 표결에 부치되, 두 후보가 모두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경우 더 많은 찬성표를 획득한 후보를 선임할 예정(일괄 표결 다득표제)"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KCGI가 제안한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대주주 측이 해당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KCGI는 지난해 DB그룹과 블록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사외이사 지명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CGI는 지난해 초부터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며 선진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은 작년 말 보유 지분의 대부분(5.6%·250만주)을 DB아이엔씨(DB Inc.)에 블록딜로 넘겼다. 회사 측은 이때 ▲지배구조 개선 ▲주주친화정책 강화 ▲중장기 비전·성장 등이 담긴 '경영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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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3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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