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이 오는 11일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식연계증권(ELS)의 손실 분담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권과 피해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금융권의 H지수 ELS의 판매잔액은 19조3천억원에 달한다. 그중에서 은행권에서 15조9천억원이, 증권업계에서 3조4천억원이 판매됐다. 투자자별로 보면 개인 비중이 17조7천억으로 91.4%에 이른다. ELS 잔액의 80% 수준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분기별로 1분기에 3조9천억원, 2분기에 6조3천억원 정도로 만기가 몰려있다. 손실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은행들은 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 형태로 ELS를 판매한다. 이렇다 보니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봤다는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예금상품에 가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홍콩H지수 ELS 상품의 피해자라는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해당 독자도 은행 창구에서 원금손실 우려가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권유로 가입했는데, 원금을 절반 이상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파생결합증권(DLF), 라임펀드 등 대규모 투자 손실에 따른 문제는 계속됐다. 그럴 때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실태조사와 함께 불완전판매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각종 대응책을 내놓았다. 지난 2019년 DLF 사태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금융권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배상하는 수준을 넘어 각종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DLF 사태 때와 달리 ELS 사태와 관련해서는 금융권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비대면으로 판매된 비중이 급증한 데다 상품 가입 시에도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에 충실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손실이 발생한 ELS 판매사에 엄포를 놓고 있음에도 금융사들이 선제적인 자율배상에 미온적인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금융권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DLF 사태 이후 은행들은 펀드나 신탁, 변액보험 등을 판매할 때는 만약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액을 고객에게 미리 알리기로 하는 등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제대로 준수했는지는 은행들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 손실 규모나 이해관계자의 입장차를 감안할 때 금융당국이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 아무리 좋은 배상안을 내놓더라도 쉽사리 승복할지 의문이다.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한 책임과 배상이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충분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책임소재를 밝히고 합리적인 배상안을 통해 분쟁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판매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기본이다.

금융소비자들도 충분한 배상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스스로 권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투자의 기본원칙은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이다. 원금에 손실을 볼 가능성, 즉 리스크 없이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은 없다. 만약 어디선가 그런 금융투자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권유한다면 그건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의 최우선은 당연히 금융소비자의 권리 강화와 보호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의 책무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금소법 제8조에는 금융소비자는 금융시장을 구성하는 주체임을 인식해 금융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스스로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2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