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피인수 앞두고 규정 손질
사장급, '5배수→3배수'로 하향 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임원 퇴직금 규정을 손질한다. 기존보다 지급 '배수'를 낮추는 게 골자로, 사실상의 삭감이다.

연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끈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할 당시 해당 규정으로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 논란이 된 적이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을 상정한다.

회사의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에 적혀있는 지급 배수 '숫자'를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임원 퇴직금 규정을 손보는 건 2009년 3월 이래 15년 만이다.

[출처:아시아나항공]

 




기존에 사장은 재임 1년에 대해 '5배수'를 적용했지만, 앞으론 '3배수'로 바꾼다. 마찬가지로 ▲부사장: 4배수→3배수 ▲전무: 4배수→2배수 ▲상무:3배수→2배수 등으로 변경한다.

'배수'란 임원 퇴직금 산정 시 근속기간 외에 추가로 곱하는 '직급별 지급률'이다. 통상 일반 직원의 경우 1년 근무 시 평균 1개월 치 보수가 퇴직금으로 쌓이지만, 임원은 다르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1년에 5개월 치 월급이 퇴직금으로 누적돼왔다. 부사장은 넉 달 치다. 전무의 경우 그동안 직급별 지급배수 '4'를 곱했으나 앞으로는 '2'만 곱한다. 월평균 보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퇴직금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해당 내용은 주총 통과 시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 현재 재임 중인 임원의 경우 이달 말까진 기존 지급 배수가, 이후부턴 개정안이 적용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퇴직금 제도 손질을 결정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이 강하다.

대한항공으로의 피인수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재무적 상황도 좋지 않은 만큼 선제적으로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통상 M&A 직후 주요 임원 교체 등이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금호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회장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는 그룹 전체가 경영 위기에 빠져 핵심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던 때다.

이때 박 전 회장은 급여 1억6천800만원 외에 퇴직금으로 20억7천900만원을 받았다. 월평균 보수 6천500만원에 근무 기간(8.4년), 직급별 지급 배수를 곱한 금액이다. 이밖에 퇴직 소득금액 한도 초과로 11억9천200만원이 기타 근로소득으로 잡히기도 했다.

이러한 직급에 따른 퇴직금 계산식은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 다수가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퇴직급여를 차등 산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임원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이사회 등이 별도로 임원 퇴직금 규정을 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 공개는 꺼린다. 이번처럼 보수 규정을 개정할 때나 퇴직금 기지급 사례를 분석한 역산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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