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이달 통화정책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시장은 10여년 전 실시됐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이번에는 운영 방식이 반대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름을 붙이자면 '리버스(reverse, 逆) OT'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측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다. 월러 이사는 지난 1일 연설에서 연준 보유자산의 평균만기를 짧게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만기가 더 짧은 미국 국채의 비중이 더 커지는 쪽으로' 보유자산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재정증권(Treasury Bill, 만기 1년 이하 미국 국채)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전해진 그날 미 국채 2년 수익률은 9bp 가까이 급락했다.

 

월러 이사의 연설에 지난 1일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급락(주황색 화살표)했다.
데이터 출처: 연합인포맥스.

 

2011년 9월부터 2012년 말까지 실시됐던 OT는 단기국채를 매각하거나 만기 상환을 받아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것이었다. 연준 보유자산의 총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평균만기를 길게 함으로써(시장의 듀레이션을 중앙은행이 흡수) 경기부양 효과를 꾀했다.

 

OT의 정식 명칭이 '만기 연장 프로그램'(Maturity Extension Program)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버스 OT는 '만기 축소 프로그램'(Maturity Shortening Program)이라고 명명될 수도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의 가중평균만기는 지난 6일 기준으로 8.61년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사태 초기 7.2년 근처까지 짧아진 뒤로는 꾸준히 길어져 왔다.

 

연준 보유 미 국채의 가중평균만기 추이.
데이터 출처: 뉴욕 연방준비은행.

 

월러 이사의 발언은 연준 보유자산 정책의 향후 경로에 대한 힌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적긴축(QT)이 머지않아 속도 조절 모드(QT 테이퍼링)에 들어간 뒤 마침내 종료 지점에 도달하면, 그다음 순서로 등장하는 것이 보유자산의 만기 구조를 짧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QT 테이퍼링 등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상태다. 금리 정책뿐 아니라 보유자산 정책의 전환도 한 발씩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연준의 재정증권 보유액은 2천931억달러 정도였다. 잔존만기가 10년이 넘는 미 국채(약 1조4774억달러)에 비교하면 규모가 상당히 작다.

 

연준의 재정증권 잔액은 QT 개시 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데이터 출처: 연준.

 

재정증권은 연준이 가진 전체 미 국채의 5%가 채 되지 않으며, 총보유자산의 약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월러 이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재정증권이 보유자산의 대략 3분의 1에 달했다.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주 상원 보고에서 "만기를 단축하는 것의 논거를 볼 수 있다"며 리버스 OT의 실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다만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종의 장기적 열망"이라고 선을 그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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