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최근 시장 금리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은행권에서도 신종자본증권 조달 타이밍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만의 메리트가 희석되고 있고, 최근 물가 지표도 우호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오는 19일 4천억원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전액 5년 중도상환옵션(콜옵션) 조건으로, 최종발행금리는 연 4.10%로 산정됐다. 국고채 5년물 대비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82bp 수준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자본성증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고, BIS비율 산정 시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기업은행은 이번 발행으로 BIS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0.17%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신종자본증권 조달 시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은행채나 정기예금 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변제순위가 낮아 '후후순위채'라고도 불리는데, 그만큼 일반 조달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연초 주요 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만 해도 금리 하락 전망에 따라 대규모 자금이 몰려 최저 스프레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CPI 발표 전인 지난 12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284%로, 최근 지주 중 가장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로 발행했던 KB금융지주의 사례를 적용하면 4.2% 수준으로 발행된다.

같은 날 기준 'AAA'급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65%, 은행권 최고우대금리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가장 높은 곳이 3.8%였다.

국채 금리가 낮아졌다는 점은 조달에 우호적이나, 문제는 수요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기물을 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은행채를 사들이는 편이 낫고, 리테일 수요 측면에서도 예금과 신종자본증권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높은 금리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조금 버거운 상황인데 1년짜리 중금채 금리랑 5년짜리 신종이나 금리 차이가 별로 없다"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시장과 발행사가 생각하는 시장이 각각 달라서 투자자 입장에선 되게 불편한 금리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금리에 대한 불안감도 신종자본증권 조달을 고민하는 이유다.

미국 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예상치를 웃돌았고,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3.8% 오르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후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대비 1.6% 상승, 근원 PPI도 전년 대비 2.0% 오르면서 모두 예상치를 상회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경기대응완충자본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발행 물량도 콜옵션을 대기하다 보니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적절한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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