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세상 풍경 중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지난 1986년 '시인과 촌장'이 발매한 노래 '풍경'의 가사다.

한미약품 임종윤ㆍ임종훈 사장 기자간담회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종윤·종훈 형제가 21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는 시작 전 5분여간 '풍경' 노래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간담회장에 등장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가족 문제로 이러한 자리를 만들게 돼 죄송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좀 전에 나온 노래는 현재 상황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 인용했다"라며 "무겁지 않게, 활동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배경음악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한 간담회는 곧 가족을 향한 날 선 발언으로 채워졌다.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가 그룹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경험이 없어 (통합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와 여동생(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의 통합 결정은 명분과 근거가 없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주장이 기자간담회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기업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가족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분쟁으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경우도 부지기수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와 그의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은 라면 사업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지난 1965년 롯데공업을 설립해 독립했다. 이후 신격호 회장이 사명에 롯데를 쓰지 못하게 하자 사명도 '농심'으로 변경하며 양측은 완전히 결별했다. 형제는 반세기에 가까운 갈등 끝에 살아생전 화해하지 못했다.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인 남매도 있다.

조양호 선대 회장이 별세하자 조현아(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반도건설, KCGI와 손을 잡고 '3자 연합'을 꾸려 조원태 회장 측을 위협했다.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남매간 관계는 아직 봉합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근까지도 조양호 선대 회장 추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중 '현재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막내아들인 임종훈 사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이런 일로 가족 간 얘기하기 어려워 진 게 참 마음이 아프다"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옛날처럼 이야기하고 연락하기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야기 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은 한미약품 경영권을 손에 쥔 풍경일까. 아니면 가족이 다시 화합하는 풍경일까.(기업금융부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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