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한달만에 5.1억달러 주관…토종IB 육성 속 점차 성과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속속 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과 함께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부채자본시장(DCM)에서도 점차 성과가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도 여전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물 시장에 싹트기 시작한 국내 증권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성장 과제 등을 담은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 증권사가 달라졌다. 외국계 증권사 일색이었던 한국물 시장에서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곳은 KB증권이다. 국내와 홍콩 법인에 일찌감치 갖춰둔 조직력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주관 업무를 수임하고 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B증권, 1분기부터 탄탄한 실적…국내사 중 두각

25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 종목'(화면번호 4432) 등의 데이터를 재가공한 결과 KB증권은 지난 1월부터 전일까지 발행된 공모 한국물 중 5억1천190만달러를 주관했다.

실적을 뒷받침한 건 KDB산업은행(30억달러)과 한국주택금융공사(5억달러)다. 두 발행사는 모두 지난달 조달을 마쳤다. 사실상 KB증권은 지난해 연간 주관 실적(8.69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2월 한 달 동안 쌓은 셈이다.

이어 내달 북빌딩(수요예측)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 달러채 발행에서 코 매니저(co-manager)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국내 증권사는 한국물 시장에서 연간 한두 건의 딜을 주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뚜렷한 트랙 레코드가 없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는 일조차 흔치 않다.

KB증권 역시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물 리그테이블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KP는 채권 발행 및 판매 등이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사보다는 외국계 하우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조성됐다.

KB증권은 2020년 KB캐피탈의 달러채 주관 업무로 첫 실적을 쌓은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대형 IB로의 도약과 함께 글로벌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으로 뛰어든 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모습이다.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 한국물 기준 KB증권은 총 35개 하우스 중 16위였다. 국내 증권사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이어 올해도 1분기에만 두 건의 발행물을 주관하면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미래에셋, 자사 발행물로 성과…추격하는 한국證

미래에셋증권도 올 1분기 1억5천만달러의 한국물 주관 실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6억달러 규모의 달러채 주관사단으로 싱가포르 법인을 넣은 것이다. 사실상 자사 발행물로 실적을 쌓았다는 점에서 경쟁력 측면의 이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내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꼽힌다. 지난 1월 한국수출입은행이 찍은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에서 조인트 리드 매니저(Joint Lead Manager)로 참여하기도 했다.

보조 주관사로 참여한 터라 리그테이블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한국물 대표 발행사인 수출입은행 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물 투자 측면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는 등 해외 진출에 힘을 실으면서 한국물 시장에도 활발하게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홍콩법인에 외국계 하우스 출신의 DCM 뱅커를 영입해 전문성 강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월 몽골 국책 주택금융기관 'Mongolian Mortgage Corporation'의 달러채 발행을 주관해 글로벌 IB로서의 역량을 톡톡히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진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 실적은 주로 공기업의 토종 IB 육성책에 기대는 측면이 강하다. 후발주자라는 한계 등으로 인해 외국계 하우스와의 단순 경쟁으론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IB업계는 설명한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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