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진출, 그룹 물량으로 입지…국책은행 섭렵 이력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KB증권의 한국물(Korean Paper) 도약은 꾸준함의 결과였다. KB증권은 2020년 본격적인 진출에 나선 후 지속해서 한국물 진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물 트랙 레코드 부족이라는 후발주자의 한계는 KB금융그룹 계열 물량 등으로 보완했다. 이어 KDB산업은행과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 굵직한 트랙 레코드를 만드는 모습이다.

다만 국내 증권사 중 최고라는 기록만으로는 한국물 시장에서 자생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외국계 하우스와의 경쟁에선 여전히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역량을 더 쌓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출 4년, 국내 증권사 중 선두

25일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KB증권은 2020년부터 매년 한국물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해 실적을 쌓은 국내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연이은 성과 속에서 KB증권을 바라보는 발행사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국내 증권사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지 못했지만 20위권에 안착하면서 관련 기회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후문이다.

KB증권이 한국물 시장에 뛰어든 건 2020년부터다. 한국물은 주관사 선정 시 트랙 레코드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곤 하는 만큼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KB캐피탈과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자사 발행물 등을 주관하면서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공기업들의 토종 투자은행(IB) 육성책도 KB증권의 도약을 뒷받침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국내 증권사에 기회를 제공하면서 실적을 쌓아나갔다.

최근에는 KDB산업은행과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2월 KDB산업은행이 찍은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주관사로 참여한 데 이어 지난달(30억달러) 발행물에도 이름을 올렸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토종 IB 육성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다.

뒤이어 KDB산업은행 역시 지난해부터 KB국민은행 달러채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KB국민은행이 찍은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주관했다.

KDB산업은행이 KB국민은행 달러채 발행을 주관한 건 연합인포맥스가 공모 KP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래 처음이었다. 이어 KDB산업은행은 내달 발행 예정인 KB국민은행 달러채 맨데이트 또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DCM도 'KB'…경쟁력 강화는 과제

KB증권의 성과는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진 건 아니다. KB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물 시장에 뛰어든 곳으로 꼽힌다. 2021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국내 IB 조직에 한국물 전담팀을 구축하고 전문성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전에도 한국물 시장에 관심을 가진 국내 증권사는 있었지만, 시장 진출 한계 등을 우려해 전담 조직까지 갖추진 못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역량 제고에도 앞장섰다. 앞서 2020년 홍콩법인에 신디케이트 조직을 구축해 KP 업무 기반을 다졌다. 현지에서 한국물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을 영입해 실무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후 4년여간 한국물 주관 이력을 쌓아가며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한국물 시장에 뛰어들었던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한두 해 만에 발길을 끊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전히 글로벌IB와 비교하면 미미한 실적이지만, 국내 증권사 중에는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이라는 한국물 대표 발행사 딜을 두루 주관하면서 굵직한 트랙 레코드도 섭렵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 성과가 전체 시장 규모 대비 미약하다는 점에서 추가 도약 또한 절실하다. 토종 IB 지원책과 계열 물량 이외에는 마땅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가보지 못한 KP 시장을 개척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만큼 경쟁력 제고 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시장으로의 진출은 신디케이트 조직 구축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라며 "세일즈와 리서치 등 각종 조직을 해외에 두루 갖춰야 하는 만큼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따금 국내 증권사가 KP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경우는 없었다"며 "시장에서 입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만큼 국내 증권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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