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전략 제각각…수은 두고 격돌, 중형사도 눈독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바라보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일찌감치 진출 채비에 나선 KB증권과 최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세 증권사의 경우 과거 가장 먼저 한국물 시장을 주목했던 하우스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초대형IB 거듭났는데…" 글로벌 DCM 확장 두곤 차이

25일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 종목'(화면번호 4432)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17년을 끝으로 한국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들이 한국물 시장에 뛰어들지도 못했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존재감을 보였던 곳이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과 대한민국 정부 등이 토종 IB 육성책의 일환으로 삼성증권에 주관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이후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토종 IB 육성 기회를 노렸던 NH투자증권도 존재감이 사라졌다. NH투자증권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글로벌본드 발행 시 국내 증권사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물 시장으로 관심을 넓혔다.

이후 토종IB 육성책에 힘입어 2021년 한국수출입은행, 2022년 한국가스공사 달러채 주관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이내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꾸면서 지난해 공모 한국물 주관 실적 제로(0)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명맥을 이어가곤 있지만 잦은 담당자 교체 등으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KB증권의 한국물 진출 전까지만 해도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대한민국 정부 딜을 두루 섭렵했던 곳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증권사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정도만이 KP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단 한 건도 주관 실적을 올리지 못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와 자사 발행물로 다시 한국물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초대형 IB로의 도약과 함께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었지만, 부채자본시장(DCM)에서만큼은 하우스별 전략이 상이한 모습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한 데다 본격적인 실적을 끌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단 점 등이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형사도 잰걸음…초대형IB 위상 어디에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증권사 한국물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발행사라는 굵직한 트랙 레코드로 여겨지는 데다 국내 증권사에 별도의 기회 또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매 달러채 발행 시 국내 증권사 한곳에 역할을 부여해 실무 역량을 쌓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다. 상당한 업력을 갖춘 외국계 하우스엔 밀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고려해 국내 증권사를 별도의 경쟁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을 타깃 하는 곳은 초대형 IB만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수출입은행을 겨냥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북너러(book runner)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참여해 실무 역량을 쌓았다.

아직 초대형 IB로의 도약에 나서지 않은 증권사조차 글로벌 DCM 시장으로의 확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쌓으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꿨던 일부 초대형 IB의 소극적 행보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10여년 전에도 한국물 주관 업무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반짝 진출에 그쳤었다"며 "이후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 진입 시 단기적 시도에 그칠 것이란 의구심도 제기되곤 했던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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