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표 퇴임, 내정자는 미등기임원

이사회서 직무대행 결의…이창실 CFO가 의장 맡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주주총회가 1년에 한 번 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권영수 대표이사(전 부회장)가 안 오는 건 주주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25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제4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일부 주주들이 목소리 높여 권영수 전 대표이사를 찾았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이창실 CFO.
[촬영: 유수진 기자]

이날 주총 의장을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정관(제21조)에는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게 돼 있다.

이에 이창실 의장은 "권 전 대표가 이미 퇴임하셨다"며 "일신상의 사유가 있어 오늘 참석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주주는 "현행 상법에는 대표이사가 사임하거나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에도 후임자의 취임까진 직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며 "권 대표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사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의장은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자신이 의장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정관 제30조를 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 정관에는 대표이사 궐위 또는 유고 시 제30조 제2항에 따라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순서' 또는 '이사회에서 별도로 정하는 자'가 직무를 대신하게 돼 있다. 이번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 이 의장은 "지난 이사회에서 제가 주총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의가 됐다"고 부연했다.

[출처:LG에너지솔루션 정관]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같은 소란을 겪은 건 지금이 대표이사 교체기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권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김동명 사장이 신임 대표에 내정됐다.

미등기임원인 김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곧바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절차를 밟는다. 이날 주총까진 등기임원이 아니여서 주총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날 주주들이 권 전 부회장을 찾은 건 1년 새 하락한 주가에 대한 설명과 영업흑자(연결 기준)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하지 않는 까닭을 따져 묻기 위해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작년 말부터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전기차 시장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작년 주총일(3월24일) 주가는 56만9천원(종가)이었지만 올해 22일엔 41만3천500원에 마감했다. 1년 새 27.3%가 빠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상장과 동시에 차지했던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

동시에 배당도 없었다. 통상 총주주수익률(TSR)을 주가 상승률에 배당을 더해 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1년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TSR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최근 1년간 주가 흐름(2023년 3월24일~2024년 3월22일)

이에 한 주주는 "60만원 가던 주식이 40만원대로 고꾸라졌고 배당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 배당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이것이 주주가 제일 알고 싶어 하는 사안"이라고 질의했다.

이 의장은 "배당을 하려면 상법상 배당 가능 재원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결손 상태"라며 "향후 적정 수준의 배당가능이익이 나오는 시점에 경영실적과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래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증설과 수주를 계속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을 통한 직접 환원도 좋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가에 대해서도 "회사의 실력이고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차 전지 기업의 주가가 전방 시장의 일시적 둔화로 저조한 게 사실이지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사업 성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의장은 주주들의 아쉬움을 고려한 듯 최대한 귀 기울여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9시 정각에 시작한 회의는 의장 인사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느라 9시 40분이 돼서야 보고사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안건 처리 과정에서도 원하는 주주들에게 빠짐없이 발언권을 줬다.

김동명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한 상정 안건들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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