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고수에게 듣는다> 김형일 기업은행 자금운용부장
<채권고수에게 듣는다> 김형일 기업은행 자금운용부장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2.11.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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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자본시장의 뿌리' 채권시장이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는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통화정책 모멘텀이 약해져 조정 압력도 만만치 않다.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시장금리가 조달금리를 밑돌면서 역마진에 시달리는 금융회사들도 적지 않다. 연합인포맥스는 짧게 보나 길게 보나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채권시장이 가야할 길을 채권시장의 고수들에게 들어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모르는 상품에 투자하지 마라. 욕심을 버려라. 쏠림을 경계하라."

20조원 규모의 채권을 굴리는 기업은행의 김형일 자금운용부장은 5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시장 딜러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이같이 설명했다. 20년 넘게 시장과 부대끼며 몸소 체득한 운용 철학이다.

김 부장은 기업은행 내 최고의 파생상품 전문가로 꼽힌다. 1992년 입행 후 대부분 업무를 파생상품과 함께 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원화 스와프시장을 활성화시킨 주역 중 한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자금운용부장으로 승진하기 이전의 보직도 파생금융팀장이었다.

김 부장은 "특히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며 "금융위기 때 키코사태나 최근의 주가연계증권(ELS)은 모두 지나친 쏠림에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가지 못했으면 뒤늦게 따라가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며 "부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현재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 자산운용사 등 채권 실무자들의 협의체인 채권시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내년까지다.

▲"저성장·저금리에 익숙해져야" = 김 부장은 채권시장 전망과 관련 여전히 '롱뷰'를 유지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점에서 단기 조정은 나올 수 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본격적인 금리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 부장은 "금리가 반등 압력을 받고는 있지만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크지 않은 데다 내년 초에는 정책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롱베팅이 더 편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원화채권에 대한 러브콜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헤지펀드 중심의 단기매매는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주요국 중앙은행이 원화채에 대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통화 다변화 차원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김 부장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금리 수준이어서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상당 기간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와프시장 살아야 채권시장도 산다" = 김 부장은 채권시장이 올해 내내 강세 기조를 보이기는 했지만 시장의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금리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어 갈수록 '먹을 게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거래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스와프 등 파생상품시장의 위축도 채권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린 한 이유다.

김 부장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파생상품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물론 파생상품 자체의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위험을 전가시키는 등의 효용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생상품시장이 커져야 기초자산인 채권과 주식시장의 깊이가 깊어지고 변동성도 좋아진다"며 "스와프시장의 경우 올해가 가장 많이 위축된 걸로 보이는데 앞으로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이 시장 조성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시장이 먼저 살아나야 참가자들도 장기적으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단기 수익에만 연연해 시장조성 기능을 등한시하면 고객 기반이 약해져 결국 그 피해는 시장참가 기관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 평가에서 거의 빠짐없이 우수 PD로 선정돼왔다.

김 부장은 "시장 조성이 잘 안 되면 시장은 더 얇아지고 가격은 더 출렁거린다"며 "시장 참가자가 많으면 거래하면서 안정감이 생기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상품을 제공할 수도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년에도 시장 조성 담당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5개팀, 40명의 정예부대 = 기업은행 자금운용부는 상품이 아닌 운용형태별로 5개팀을 두고 있다. 증권운용팀과 투자증권팀의 경우 각각 채권과 주식을 모두 운용하지만 투자 기간을 달리 두는 방식이다. 증권운용팀이 트레이딩 개념이라면 투자증권팀은 캐리의 개념이다.

이 두개 팀에서 운용하는 채권 규모만 20조원에 이른다. 주식은 채권자산의 1% 수준만 유지하는 정도다.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아웃소싱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직접 운용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려왔다는 점에서 아웃소싱은 최소화하는 쪽이다.

김 부장은 "채권운용팀과 주식운용팀, 이런 식으로 팀을 구분하면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렵다"며 "채권을 살 때도 시장 상황에 맞춰 원화채권과 외화채권의 비중을 적절히 조정해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고 말했다.

올해는 외화채권 매매에서 특히 성과가 좋았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유럽 제조업체와 유틸리티 업체 등이 발행한 회사채와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외화채권 모두 투자 고려 대상이다. 원화채권은 대부분 국고채에 투자한다.

그는 "올해 전반적으로 자금 운용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운용 성과는 나름 괜찮았다"며 "어떤 투자기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전문성을 갖춘 부원들과 잘 짜여진 의사결정 구조 등이 조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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