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1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을 거듭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이 조만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분위기다. 특히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 독일에서 연달아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온 후에는 양측 모두 협상모드에 한층 더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삼성과 애플이 유럽과 미국, 호주 등지에서 치열하게 진행한 소송전은 모두 가처분 신청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독일 만하임 법원에서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첫 본안 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가처분 신청은 말 그대로 상대방 제품의 판매를 임시로 정지시키는 소송이지만, 본안 소송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영원히 금지시키는 것과 동시에 상당 수준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그만큼 본안 소송 결과는 가처분 신청보다 소송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미가 큰 것이다.

일단 지난 20일 나온 본안 소송에서는 삼성이 패했지만, 이번 판결로 본안 소송의 결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독일 만하임 법원은 오는 27일과 다음 달 2일에도 삼성이 애플의 상대로 제기한 본안 소송에 대한 추가 판결을 내린다. 이 판결까지 나와봐야 양측의 첫 본안 소송 결과가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다.

삼성은 남아있는 본안 소송 2건 중 1건만 이기더라도 독일에서 최종 승소할 수 있다.

만약 삼성이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애플은 앞서 판매한 제품까지 소급해 특허료를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삼성은 본안 소송에서 이길 경우 그동안 독일에서 애플의 가처분 신청 때문에 '갤럭시탭10.1'을 판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애플은 2년 동안 노키아와 벌였던 특허 소송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자 작년 6월 전격적으로 협상에 나서며 소송전을 끝낸 바 있다. 또, 작년 12월 미국 새너제이 지방법원이 애플과 삼성의 소송판결문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애플은 IBM과도 특허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만약 애플이 이번 본안 소송에서 패해 천문학적 규모의 특허료와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경우, 삼성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독일 본안 소송의 결과가 애플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삼성 역시 애플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세계 10여 곳에서 진행된 30여건의 소송전에서 2대 6의 스코어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미국과 호주에서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막아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애플의 가처분 소송 공격에 타격을 입었다. 또, 네덜란드와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모두 무력화됐고, 이번에 독일에서 나온 첫 본안 소송에서도 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달 말 독일에서는 나오는 추가 본안 소송에서마저 패할 경우, 삼성은 애플과의 소송전에서는 절대적인 열세에 처하게 된다. 또,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남아있는 소송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이 무리하게 소송전을 계속 진행해 추가 피해를 키우기보다는 애플과 상호 특허를 인정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방식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은 이런 방식으로 특허공방전의 마침표를 찍었던 전력도 있다. 지난 2009년 3월 삼성SDI는 일본 파이어니어사와 PDP 모듈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3년여 동안 벌였던 특허분쟁을 끝낸 바 있다,

게다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CES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로 상대를 존중(respect)하는 측면이 있는데 죽기 살기까지 가겠느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애플에 대해 연일 강경대응 원칙을 피력하던 삼성 측의 입장이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을 보인 것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허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간의 특허 소송전 보통 협상력을 키우고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어느 한 쪽이 밀리기 시작하면 전격적으로 합의하곤 했다"며 "따라서 독일에서는 나오는 본안 판결 결과에 따라 판세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게 되면 양측도 결국 합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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