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가격 할인과 많은 신모델을 내세운 수입차 업체의 적극 공세에 연초부터 내수 자동차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고정 수요층으로 분류되던 중ㆍ소형차 고객마저 무서운 속도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가 전월보다 19.8%, 전년동기보다 9% 증가한 9천441대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배기량별 등록 대수는 2000cc 미만이 전체의 41.9%인 3천953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이 2000cc이상 3000cc 미만이 40%인 3천777대, 3000cc이상 4000cc미만이 14.7%인 1천389대, 4000cc이상이 3.4%인 322대 순이다.

반면, 현대ㆍ기아차의 실적은 우울하다.

현대차의 1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기보다 18.5% 감소한 4만5천186대, 기아차가 15.5% 줄어든 3만4천210대를 기록했다.

결국, 자동차 소비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고 수입차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FTA효과 미리 반영해 할인 공세 = 유럽 브랜드는 벤츠 C클래스, 푸조 뉴508 등 작년 하반기 신차를 출시하며 한-EU FTA에 따라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여기에 미국산 일본차와 유럽차가 한-미 FTA로 예상되는 세금 인하분을 미리 반영해 가격 파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토요타는 작년 11월 7인승 미니밴 시에나를 출시하며, 한-미 FTA가 발효도 되기 전에 차 값에 관세인하 분을 미리 반영했다. 시에나는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들여왔기 때문이다.

또 지난 1월 출시된 뉴캠리도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차 값에 미리 반영하며 할인 공세에 나섰다.

도요타는 뉴캠리를 출시하며 한-미 FTA 발효로 예상되는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차 값에 미리 반영했다. 뉴캠리가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럽업체들도 미국산 제품 수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르면 3분기에 독일에서 디자인하고, 미국에서 생산한 ‘파사트’를 국내에서 판매한다. 특히 미국 공장 제품이 기존 유럽 제품보다 생산 단가가 낮아 가격이 500~800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MW와 벤츠 등도 관세 효과를 고려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SUV차량의 국내 도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EU FTA로 유럽차는 2.4%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고, 한-미 FTA가 발효되면 2000cc 초과 미국산 수입차 가격은 3.8% 내외, 2000cc 이하는 2.3% 안팎의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겨 수입차 업체의 가격파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현대ㆍ기아차를 몰아세우고 있다.

1월부터 도요타의 신형 ‘뉴 캠리’, 크라이슬러의 ‘올 뉴 300C’, 폴크스바겐의 ‘시로코 R 라인’이 판매를 시작했다.

또, BMW의 ‘3 시리즈’, 혼다의 ‘어코드’ 등 인기 모델의 신형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시트로앵은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진출한다.

현대ㆍ기아차는 신차 출시 예정이 많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신형 싼타페를, 기아차가 오피러스 후속으로 선보이는 대형 세단 K9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현대' 집중하려면 내수 버텨줘야 = 현대차의 작년 연간 누적 내수 판매량은 2010년보다 3.6% 증가한 68만3천570대를 기록했다. 해외 판매량이 2010년보다 14.2% 늘어 336만8천335대를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기아차는 작년 2010년보다 1.8% 증가한 49만3천3대를 팔았다. 반면, 해외에서는 204만6천400대를 팔았다. 2010년보다 24.3% 늘어난 수치다.

이런 와중에 작년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010년보다 16% 증가한 10만5천37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공격적 프로모션과 대거 신차 출시로 올해 최대 14만대를 팔아 작년보다 20%가량 판매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수요 둔화와 수입차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내수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0.3% 증가한 68만4천대로 잡았지만, 1월 판매 실적으로 볼 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현대차는 올해 작년보다 5.7% 증가한 429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의 판매량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는 총 판매량의 15.5%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 판매가 뒷받침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보다 국내시장에서 중ㆍ대형차 판매량이 많아 내수는 여전히 현대차에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또, 올해 글로벌 수요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대차로써는 든든한 내수시장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수입차 업체들의 내수 시장 공격에 잇따른 가격 할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할인액을 1월 70만원에서 2월 100만원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 할인액도 전달의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그랜저는 개별소비세 2%를 지원해 준다.

기아차도 K7 구매시 2% 가량 개별소비세와 현금 20만원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높아진 인지도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질적 경영을 하겠다고 했는데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하면 영업이익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익성 보존을 위해 신차 가격을 높이면 수입차와 경쟁에서 불리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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