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상무)이 서울채권시장의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신한투자에 합류하고서 공격적인 인력 영입으로 주목을 받더니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채권운용 컨트롤타워로서 활약상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조원의 자금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많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신재명 본부장은 7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한 본부 어프로치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이 이끄는 FICC본부는 신한투자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회사 전체 수익의 70% 정도를 FICC본부 한 곳에서 일궈냈다.

의사결정 과정이 세밀화된 편이다.

FICC본부는 주간 단위로 9개팀 70여명이 참석하는 운용전략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선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뷰'를 내야 한다. 의사록도 남긴다. 치열한 논리 싸움이 펼쳐지는 자리다. 모든 얘기를 듣고 나서 최종 의사결정은 본부장이 내린다.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한 몸 같이 움직여야 한다.

신 본부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리스크도 있지만, 잠시 실패했다가 복구되는 경우도 있고 이익이 날 때는 이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해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후배들을 혹독하게 트레이닝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운용 실력은 결국 끊임없는 학습과 고민에서 나온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딜러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단 한 명도 허투루 놔둘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신 본부장은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교화되고 훈련이 돼 있으면 장기적으로 성과는 잘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한 사람이 롱숏을 다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운용 시스템과 인프라를 제대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100을 벌었으면 언제든 100 이상 터질 수 있는 게 이곳 시장의 생리여서 짧은 시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라며 "그렇지만 지금처럼 집단지성을 이용해서 시스템으로 접근하다보면 3년, 5년 후에는 1등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본부장은 84학번으로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삼성생명에서 주식 매니저로 금융시장에 입문하고서 1992년부터 같은 회사 채권 운용역이 됐다. 지난 2003년부터는 삼성자산운용과 국민은행, 메리츠증권 등에서 채권운용팀장을 맡았다. 이후 프랭클린템플턴 기관영업 이사와 RG자산운용 투자운용본부 상무를 지낸 뒤 지난해 1월부터 신한투자에 합류했다.

다음은 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신한투자가 요새 속된 말로 '채권시장에서 날아다닌다'는 얘기가 들린다. 신 본부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본부 어프로치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부서 단위로 움직였다. 같은 본부 안에서도 부서별 소통 없이 따로 움직였다. 지금은 책임과 권한을 본부장이 다 지고 가는 구조다. 의사결정 과정에는 모든 본부원이 참여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본부장이 최종 결정하면 모든 딜러는 따라가야 한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물론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잠시 실패했다가 복구되는 경우도 있고 이익이 날 때는 이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해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강대석 사장과 김병철 부사장(세일즈앤트레이딩그룹장)이 재량권을 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일들이다. 금융투자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최강의 경영 라인이라고 본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조직이 확대됐다. FICC본부는 현재 9개팀 70명 수준으로 어느 정도 세팅이 끝난 상태다. 지난 1년 간 10명 이상 인력이 늘었다. 올해 1월에는 FICC본부를 전담 지원하는 채권전략팀을 신설했다.

--금융통화위원회 등 주요 이벤트 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밍이 좋았다. 3월 말 기획재정부가 성장률 내놓을 때 포지션이 풀로 차 있었다. 일 단위로 가장 많은 수익을 냈던 것 같다. 작년 7월 기준금리 인하 때도 포지션이 많았지만, 그때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냈다. 지난 4월 금통위를 앞두고는 금리가 더 빠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포지션을 과감히 줄였다. 금리동결로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포지션 스퀘어 상태여서 손실이 거의 없었다. 금통위 후유증이 나타났을 때 다시 대폭 채워놔서 4월 마감 실적도 괜찮았다. 지난 1년간(2012년 4월~2013년 3월) 회사 수익의 70% 정도를 우리 본부에서 냈다.

--정보 라인이 좋은 건가.

▲시장에서 신재명이 기재부와 한은 등 고위 당직자를 정보원으로 두고 있다고 하는 모양인데(웃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보는 불가근불가원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에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하면 일희일비하고 큰 그림이 묻히는 때가 잦았다는 게 그동안 운용하면서 체득한 경험이다. 아는 사람을 만들려고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공직자들의 윤리 의식도 믿는다.

--매매 주기가 빠른 편은 아닌가.

▲대부분 주간 단위로 포지션을 조정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의사결정을 할 때도 있지만, 시장을 계속 보고 있으면 흔들릴 여지가 있어 호흡을 중기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증권사가 처한 환경은 10년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다. 지금은 웬만한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규모가 10조원이 넘는다. 일 단위로 뒤집는 식의 운용방식은 더는 효율적이지 않다. 중기 시각에서 사이즈에 맞는 운용 전략을 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좋은 성과의 비결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남다른 편이다. 데이터 등 팩트파인딩을 가장 중시하는 데, 본부원 개인 의견을 모두 듣는다.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발언하다보니 회의 시간이 2시간 넘게 걸린다. 기재부와 한은, 글로벌시장 등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나온다. 일일이 리뷰하면서 이견이 있으면 그 스토리와 근거를 말하라고 한다. 집단지성을 이용하고 논리 싸움을 하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보완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비상 회의도 연다. 회의 내용과 확정된 의사결정은 의사록으로 남긴다. 행위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다. 시니어라고 해도 세 번 이상 틀리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다. 본부장도 마찬가지다. 말단 딜러라도 계속 맞추면 분위기는 이 사람에게 맞춰진다. 말의 권위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들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의사결정의 질이 상당히 높아졌고,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본부 직원들이 힘들어하겠다.

▲후배들이 삶의 질이 피폐해졌다고 하소연하더라. 의사결정은 내가 하지만, 운용성과는 팀별로 매니저별로 평가한다.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시켜서 철저하게 반영한다. 개인별 성과도 공개를 한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맞다. 내가 내린 결론도 모두 근거를 남긴다. 계급장 떼고 똑바로 하자는 취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임하면 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근태 관리도 철저히 한다. 1년차는 7시까지, 운용역은 7시30분까지 출근하도록 의무화했다. 지각 1회당 보너스 10%를 줄인다. 3번 이상 지각하면 인사조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만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제 발로 나가려는 사람은 없다. 직원들 성과급에 내가 숟가락을 올리지는 않는다.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은 내가 모두 지는 구조다. 책임은 지지 않고 강제만 한다면 더 말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혹독하게 하는 것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정착하기 위해서다. 증권사의 운용 규모는 급격히 늘었는데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는 아직 뒷받침되지 못했다.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연기금에 비해서 열위하다. 투자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선진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이유다.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교화되고 훈련이 돼 있으면 성과는 장기적으로 잘 나올 수밖에 없다. 무당도 신도 아닌데 한 사람이 롱숏을 다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채권시장 전망은? 국고채 금리 1%대 숫자는 봐야 하는 분위기인가.

▲절대금리 수준은 중요치 않고 이미 누구나 인지하는 것이 저성장, 저금리 국면이다. 적어도 시장금리가 4%, 5%를 넘어서 올라가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해외채권 쪽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메인 수익은 국내 운용과 세일즈를 통해서 내야겠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성장률 높은 국가의 변동성 있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해외투자를 본격화하려고 한다. 지금은 미미한 수준에서 투자하고 있다. 해외투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투자기반을 갖춰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떤 타임에 들어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자산배분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투자 행위는 쉽지만, 그 행위를 하기 전에 많은 사고와 고민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대형 증권사들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5월 금통위 전망은?

▲이달은 인하하든 안하든 시장금리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4월과 같이 많이 튀는 모습은 없을 것이다. 한은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동결을 해도 인하는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살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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