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삼성그룹 '후계 1순위'로 에버랜드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이 사장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데다 그룹내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기까지는 아직도 '2%'가 부족하다는 평가 일색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금융그룹의 핵심 축인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순을 통해 이 사장의 지배력도 더욱 공고히 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도 그룹 정점은 '이건희' = 최근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매각하기 전까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형 출자구조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실제 최대주주는 에버랜드가 아니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에버랜드에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로 보려면 지배구조의 정점을 에버랜드 단독이 아닌 오너 일가 지분까지 포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에버랜드(오너 일가 지분 45.56% 포함)-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 등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을 따로 계산했을 때에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 형태였다.

이 상황에서 지난달 말,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삼성카드에서 이재용 사장(지분율 25.1%)으로 바뀌면서 삼성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오너 일가 지분 45.56% 포함)-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형태의 단선형으로 바뀌게 됐다.

또,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을 각각 따로 계산했을 때에는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구조가 됐다.

결국,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상관없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인 것이다.



◇ 이재용에게 남은 2%..'삼성생명 지분' = 이처럼 이재용 사장이 삼성카드 보유지분 매각으로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던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음에도,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지 못한 것은 바로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로 있지만, 이재용 사장이 지배하는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율(19.34%)은 이 회장 몫보다 1.42% 낮다.

결국, 삼성생명에 대한 이런 지배력 차이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재용 사장이 직접 또는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 1.43% 정도만 추가 확보하면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수 있다.

이는 지난 7일 종가기준으로 2천500억원 가량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다른 방안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이 사장이 8천억원에 달하는 삼성SDS(8.81%) 지분을 비롯해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히 확보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은 지분구조상으로는 이제 지배구조 정점에 오기 직전에 있다"며 "앞으로 경영권 승계 마무리를 위한 작업이 시작될 경우 이재용 사장은 우선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룹 전체에 대한 지분가치에서는 여전히 이건희 회장이 앞서기 때문에 지배구조 변경의 결정권은 이 회장이 쥐고 있다"고 덧붙였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