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장용욱 기자 =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누나인 이숙희씨가 잇따라 상속재산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맹희씨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삼성은 가족 간 협의를 통해 본안소송으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소극적으로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숙희씨 마저 소송을 제기하자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기류가 그룹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29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그룹 법무팀을 통해 소송에 맞설 변호사 선임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맹희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한 것은 12일. 소송의 배당을 맡은 제32민사부가 피고인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에 소장부본과 소송안내서를 발송한 것은 5일 뒤인 17일이다.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는 법원이 발송한 소장부본과 소송안내서를 지난 22일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이 제기된 지 2주가 넘도록, 소장부본 등을 수취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이건희 회장은 아직 법원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CJ그룹에서 실제 소송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이맹희씨에 대한 설득 작업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터라 이건희 회장과 삼성 쪽에서는 이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숙희씨가 28일 이맹희씨와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 측의 반응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간 그룹 법무팀 등을 통해 소송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 수준을 넘어 외부 변호사 선임 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원만한 해결을 위해 기다려 왔고 (이건희 회장이) 소송의 당사자가 된 만큼 법적 절차에 대한 준비도 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숙희씨가 추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변호사 선임 등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번 소송이 개인 대 개인의 민사소송인 만큼 그룹 법무팀에서 소송을 맡을 경우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대형 로펌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앤장은 대선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애플 측 변호를 맡고 있어 변호인으로 선임하기에는 껄끄러운 문제가 있다.

이에 반해 광장은 삼성전자의 법률대리인으로 애플과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김앤장보다는 사정이 낫다.

삼성자동차 부채소송에서 이 회장과 삼성 게열사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세종도 후보로 거론된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후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가 2010년 6월 삼성전자 고문으로 복귀한 이종왕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실장)도 소송에 관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고문으로 영입하도록 지시한 데 따라 다시 회사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상속 문제는 이미 25년 전에 끝난 사안으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원만히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최근 서초사옥으로의 출근이 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신년하례식 이후 서초사옥으로 나오는 것을 본 임직원들이 많지 않을 정도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소송 때문에 특별히 출근을 하지 않고 그런 것은 없다. 겨울이고 해서 자주 나오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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