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최근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부터 부쩍 늘어난 해외체류가 올해도 길어질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출국한 이 회장의 해외 체류가 앞으로도 최소 한 달가량 더 길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회장의 해외 체류가 장기화됨에 따라 조만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업무보고를 위해 이 회장이 있는 곳으로 출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재작년까지는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서초 사옥으로 꼬박꼬박 출근하는 등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 작년 들어서는 출근 횟수가 부쩍 줄어든 대신 1년의 3분의 2가량인 7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 회장은 작년 초부터 3개월간 하와이와 일본 등에서 체류했고, 지난 5월에도 20일가량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어 6월부터 한 달가량 유럽 등에 머물렀고, 8월 말에도 출국해서 한 달여간 체류했다. 이후 11월에도 다시 출국해 두 달여 만인 작년 연말 귀국했고, 보름 만에 다시 출국해 지금까지 해외에 체류 중인 것이다.

이처럼 해외 체류가 길어진 것뿐만 아니라, 예전 같으면 직접 소화하던 일정 중 상당 부분을 챙기지 않으면서 공식석상에서 이 회장의 얼굴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지난 11월 해외 체류 일정 탓에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매년 12월 초에 열리던 '삼성인상'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춰져 개최됐다.

지난달 9일에는 그룹 부사장급 이상 임원과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과 신년 만찬을 함께 했지만, 그날 오전에 열렸던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전까지는 대부분 이 시상식에 직접 참석했었다.

이 회장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CES)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 회장이 최소 2년에 한 번은 현장을 찾아 가전 동향을 직접 살펴봤다. 이 때문에 시기적으로 올해 전시회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회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선출된 이후 삼성 특검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올림픽 기간에 개최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삼성전자가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임에도, 이 회장은 소치를 찾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해외체류가 길어지고,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횟수가 줄어든 데에는 건강 문제가 많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기력이 떨어지면서 외부 일정을 많이 줄이고 건강관리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해 여름에는 폐렴 증상으로 2주가량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외부활동을 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호흡기 계통이 좋지 않아 날씨에 민감한데다, 최근 고령으로 기력도 다소 떨어져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 휴양지 등에 머물면서 건강관리와 함께 경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예전부터 해외 일정이 잦았다"며 "최근에도 휴식과 경영구상을 위해 해외체류를 하는 것일 뿐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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