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지난해 삼성그룹에는 두 명의 '이(李) 사장'과 한 명의 이 부사장이 새로 생겼다. 대한전선에서는 설 부회장이, 금호그룹에는 박 전무가, 한진그룹에는 조 상무보가 현재의 직급으로 승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 조에밀리리(한국명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가 그 주인공으로 모두 그룹 창업주의 후손이다.

20대 후반~40대 초반의 나이에 대기업 임원 자리에 오른 이들 6명은 지난 한해동안 그룹의 '작은 대표'로, 계열사의 수장으로, 또는 특정 업무분야의 책임자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회장 일가 2ㆍ3세 경영참여기업의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회사명2ㆍ3세 임원 매출액 영업이익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117조7천억원
(4.4%)
10조9천500억원
(-23.3%)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1조2천500억원
(20%)
603억원(-9.2%)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


4조2천억원
(11.8%)
2천380억원
(-15.2%)
제일기획
1조1천900억원
(15.4%)
666억원(-5.4%)
대한항공
조에밀리리
상무보
9조784억원
(4.4%)
3천831억원
(-65.8%)
워크아웃ㆍ재무구조개선 그룹 계열사  
회사명

2ㆍ3세 임원

2011년 9월말
부채비율
2010년말
부채비율
대한전선
설윤석
부회장
649.94%
581.53%
금호타이어박세창 전무 732.02% 814.89%


<매출액은 K-IFRS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 )안은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부채비율 = 부채총계/자본총계.>

◇이재용, 대외활동 강화..뚜렷한 실적 없어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의 역할에 대해 "(활동) 폭은 넓어지겠죠"라고 말하면서 "자기 능력껏 하겠죠"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후 이재용씨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 애플과의 관계 회복을 주도하는 등 삼성전자를 대표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이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삼성전자가 업황 악화에도 비교적 좋은 실적을 기록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41조2천700억원에 영업이익 4조2천500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이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사장 승진 이후 특정 사업을 직접 이끈 적이 없는 이 사장은 내세울 만한 실적을 올리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이끌려면 경영능력을 확실히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대외적인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 사장에 대한 검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건희 회장의 두 딸들, 화려한 외형ㆍ떨어진 수익성 = 이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취임 이후 호텔신라의 매출을 전년대비 20% 이상 늘렸다. 또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을 주류와 담배 중심의 B구역으로 몰아내고 '알짜 구역'인 A구역(화장품ㆍ향수)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재무건전성 지표 등 호텔신라의 내실은 약해진 모습이다.

올해들어 3분기까지 호텔신라는 매출액 1조2천500억원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이익 3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0%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10%, 2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의 84.7%를 담당하는 면세점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3% 대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면세점 업계 1위인 호텔롯데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익 모두 20%대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2위 호텔신라와의 격차를 확대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총괄하는 이서현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고가의 악어백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카'의 지분 100%를 전격 인수했다.

또 광고계열까지 맡은 이 부사장은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파격적인 포상제도를 도입, 제일기획은 올해 저명한 국제 광고제에서 최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모두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줄었다.

◇'빚을 줄여라' 설윤석ㆍ박세창..20대 임원 조에밀리리 = 대한전선 창업자 고 설경동 회장의 손자 설윤석 부회장은 최대주주이자 그룹 최고의 자리에 있으나 여전히 그룹 내 전반적인 경영과 전략은 전문경영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어 아직 '경영수업중'인 상태다.

하지만, 1981년생인 그는 올 들어 대한전선이 주력해온 자산매각 중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주리조트ㆍ세부리조트 매각 등 전문경영인들과 머리를 맞대 적잖은 성과도 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은 멀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은 1조7천억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고스란히 설 부회장 몫이다.

금호가 3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의 처지 역시 만만찮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732%, 60.84%다. 또 올해 초에는 노조 파업과 직장폐쇄로 2개월 넘게 내홍을 겪었다.

박 전무는 파업 당시 트위터와 번개 모임 등을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지만 노사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9월에는 "과거 불법 노동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 등 12가지 내용의 문답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원 2천여명에 대한 징계문제로 다시 갈등이 표면화됐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에밀리리(한국명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는 1983년생으로 상장사에서 보기 드문 20대 임원이다.

그는 상무보 취임 이후 TV광고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를 통해 안성 철보리밭, 경주 보문정 등 한국의 자연환경을 아름답게 담아내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인쇄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광고를 선보였다.

하지만, 광고가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9조848억원에 영업이익 3천82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5.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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