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운용사와 이미 사전 교감…VC "여의도 민간자금 확대 신호탄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NH투자증권이 벤처·기술 특화펀드에 1천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최근 벤처캐피탈(VC)업계 최대 과제로 꼽혔던 매칭자금 가뭄 속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VC업계에선 이같은 NH투자증권의 결정에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공적 예산이 확대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민간 매칭자금이 부족해 막상 펀드레이징엔 난항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모험자본업계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시의적절하게 공급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부에서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외치는 만큼, VC업계에선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여의도 자금이 잇달아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혁신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총 3천150억 원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융본부 내 신기술금융투자부에서 이번 사업을 주도한다.

출자는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가동하기 전에 집행된다. 민간 금융으로서 선제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투자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혁신산업에 1천억 원, 중소·중견기업에 2천150억 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벤처펀드에 투입되는 자금은 1천억 원이다. 벤처·기술 특화 펀드 20여곳에 출자한다. 산술적으로 VC 1곳당 50억 원을 출자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소부장,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 콘텐츠 등에 간접 투자한다.

정책자금 선정 뒤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VC에 출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모태펀드나 성장금융, 국민연금 등 정책자금 위탁운용사(GP)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이를 위해 별도의 출자사업을 진행하진 않는다. 건별로 출자 제안을 하는 운용사의 운용 방안 등을 검토·심사한 뒤 출자에 나선다. 이미 교감을 나누고 출자를 추진하는 운용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지주 입장에서도 NH투자증권의 VC 출자 확대에 따른 이점을 챙길 수 있다. 국내 VC 펀드의 LP로 참여하는 만큼, 다양한 운용 전략이나 트렌드 등을 신속하게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그룹 내 VC인 NH벤처투자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올해 하반기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경쟁지주 VC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였다. 타 금융지주 계열 VC에 업계 안착 배경, 성장 과정 등을 요청했다.

3~4년마다 진행하는 정례적인 컨설팅이지만, VC 부문에 대한 NH농협금융지주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벤처펀드에는 영향력있는 자금을 풀진 않았던 NH투자증권이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VC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VC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벤처펀드에 대한 공적자금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 매칭자금은 여전히 경색된 상황이어서 불균형이 컸다"며 "NH투자증권이 시기적절하게 물꼬를 트면서 여의도 증권사들의 자금이 잇달아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사옥 모습 [NH투자증권 제공]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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