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세팅 후 반년 만에 다수 프로젝트 성과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글로벌 투자 시장에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여럿 있다. 닷컴 버블을 예견했던 하워드 막스, '비관론 최고조의 법칙'을 외치며 모두가 꺼리는 시장에 투자했던 존 템플턴 등이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은 난이도가 높은 틈새 자산 시장에 투자해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워렌 버핏도 그의 투자 철학이 담긴 메모를 챙겨 볼 정도였다.
비주류적인 딜을 해석하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발군이었다. 그는 다른 투자자들이 군중 심리에 휩쓸릴 때, 자신만의 통찰력과 유연한 사고로 투자를 진행해 성공을 거뒀다.
존 템플턴은 겉보기에 최악의 상황일 때가 바로 최고의 투자 기회라고 주장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한 투자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이나 IMF 외환위기 때 한국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하며 전설적인 투자자로 남았다.
한국에도 이들의 장점이 오버랩되는 투자자가 있다. 다른 기관에선 어렵다고 판단하는 딜에 투신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구루들과 매우 닮았다.
최근 한양증권은 글로벌 IB 조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사에 비해 작은 조직이지만 역동성과 유연함을 무기로 성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노형석 자본시장본부 글로벌 IB 이사가 있다.
올해 3월 한양증권에 합류한 그는 ▲넥센타이어 체코법인 8천500만 유로 대출 ▲한화오션 2천500억 원 신디케이션 대리기관 업무 ▲현대제철 미화 7천만 달러 대출 주선 ▲대신에프앤아이 500억원 대출 자문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선봉에 서 있었다. 그가 합류한 지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노 이사는 겸손했다. 올해 거둔 성과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딜 수주 여부와 관계없이 진정성 있게 사람을 만나 씨를 뿌렸던 노력의 결실이었다.
◇글로벌 누비는 IB 인재, 부산에서 한양으로
노 이사에게는 글로벌 IB의 피가 흐른다.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2008년부터 HSBC, 크레디아그리콜(CACIB),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건설은행(CCB) 등 글로벌 은행에서 IB와 뱅킹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나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력하는 ECA 금융 업무도 수행하던 그는 정형화된 은행 업무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양한 금융을 경험하길 원했다. 한국 기관에서 글로벌 뱅킹이나 IB 분야에서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판단해 그가 처음 향한 증권사는 BNK투자증권이었다.
그는 "한국 증권사는 해외 금융기관 대비 남다른 영업력을 보유했고, 고객과 깊은 관계성, 빠른 의사 결정, 현장감 등이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올해 3월 한양증권에 합류한 건 글로벌 IB 업무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정성·근성 끝에 딜 있다"
노 이사가 주도한 글로벌IB 조직이 올해 6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진정성'과 '근성' 덕분이었다. 진정성 있게 관계를 맺고, 근성 있게 일하면 딜은 따라온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IB 딜은 소싱부터 실행까지 수많은 변수와 우여곡절이 존재한다"며 "과거 여러 기관에 다니며 진정성 있게 쌓았던 네트워크와 경험들이 현재 성과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누군가를 만날 때 딜 유무와 관계없이 진정성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며 "이런 진정성의 힘은 시간이 흘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가 보유한 또 하나의 경쟁력은 '근성'이다. 한양증권이 대형사에 비해 글로벌 IB의 조직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인 만큼, 조직적인 근성을 발휘해 맨파워를 극대화하고 있다.
노 이사는 "대형사에 비해 조직 규모가 작아 딜 진행 과정에서 3배, 4배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딜을 한양증권이?"…틈새시장 공략 '차별화'
중소형사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틈새 IB 시장 공략'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국 기관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딜 소싱이나 난이도가 높은 딜을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노 이사는 "예를 들면 한국 콘텐츠와는 무관한 미국 상장사 메자닌 딜이나 태국 상장사 지분 매각, 동남아 선박 금융,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 등을 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 기관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딜 소싱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딜을 한양증권이 어떻게(했어)?'라는 반응이 나올 때 비로소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딜 소싱 후 해외투자자를 찾거나, 해외 딜 소싱 후 국내외 투자자를 찾는 등 국격을 가리지 않고 딜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본성 상품 확대 '박차'…글로벌 IB로 성장 '첨병'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는 당연한 이야기다. 한국의 기관이 국내 비즈니스만 하거나, 외국계가 본국의 비즈니스만 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됐다.
한양증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만 딜을 찾지 않고 글로벌을 누비며 무차별적으로 시장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활발하게 찾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금융이 해야 할 역할도 모색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전통적인 제조업이 강하지만 이를 넘어 친환경 데이터센터와 같이 수요가 동반된 사업들도 성장하고 있어 살펴보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기 금융, 선박 금융 시장도 부상하고 있어 글로벌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한국 기업 대상 딜을 넘어 금융기관 대상 딜, 항공기·선박 금융, 메자닌 등으로 자본성 상품을 확대하겠다는 게 노 이사의 계획이다.
노 이사는 "한양증권이 글로벌 저명한 IB 하우스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자금 조달을 모색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당장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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