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촬영 안 철 수] 2025.9

(서울=연합인포맥스) ○…내달 초 실시될 정기인사를 앞두고 1971년생 우리은행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1971년생은 보통 소속장급으로 분류된다. 소속장은 업무 경력·성과에 따라 M1~M3로 나누는데, 크게 보면 대부분 현업 부서에선 부장, 지점에선 지점장·센터장이다. 연말 임원(본부장) 승진 후보들인 셈이다.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25년 이상을 은행에 재직하며 굵직한 성과도 많이 남겼다. 이랬던 이들이 최근 '초긴장' 모드로 돌아섰다.

우리은행만 갖고 있는 '후선배치' 문화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경쟁 시중은행들과 달리 만 55세부터 업무를 조율하는 관행이 있다. 신한 등 경쟁 금융사들은 만 56세 '임금피크제' 돌입 시점을 계기로 업무를 바꾸지만, 우리은행은 이보다 1년 먼저 보직변경 절차를 적용한다. 이러한 관행을 내부에선 편의상 '후선배치'로 부른다.

우리은행 1971년생은 내달 초 진행될 임원 인사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턴 기존 보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1년간 후선배치 업무를 담당하다 이듬해 임피에 돌입한다.

임피에 돌입하면 소속을 유지할지, 퇴직할지를 놓고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들 사이에선 임피기간 5년간 받는 총 급여나 명예퇴직을 선택해 일시불로 받는 돈이나 결국 '조삼모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초반에 퇴직을 선택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보면 후선배치 결정은 우리은행 1971년생에겐 "은행 커리어가 1년 남았다"는 얘기와도 같다. 그래서 특히 예민하다.

후선배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모두 쉽지 않은 옵션들이다.

일단 임원(본부장) 승진에 성공하는 것이 베스트다. 차선책은 인사팀으로부터 현업 연장 제안을 받는 경우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케이스에 모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후선으로 밀려나는 게 불가피하다. 이때부턴 주요 업무에서는 빠져 내부통제·사무관리 등의 업무들을 주로 맡게 된다.

'현업 연장' 오퍼는 보통 안타깝게 임원이 되지 못한 소속장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보상이다. 이는 후선배치와 상관없이 기존 업무를 1년 더 하게 해주는 것이 골자다. 좋은 성과가 이어진다면 1년 추가로 현업 연장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후선배치로 빠진다.

후선배치를 적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리는 많지 않은데 직원은 많아서다. 그래서 연말 후선배치 리스크를 둘러싼 분위기도 매년 다르다. 입사자가 많았던 기수엔 더 치열하고, 적게 뽑았던 해엔 조용한 편이다. 보통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자리가 남으면 덜하지만 모자라면 그만큼 치열해지는 구조다.

안타깝게도 올해 말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1971년생의 경우 재수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면 90학번 정도인데, 문제는 은행권 내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우 대학 과정 4년과 군 입대 기간 3년 안팎을 고려하면 IMF 사태가 터졌던 1998년 전후로 취업했던 세대다. 당시는 은행들이 인재 채용에 열을 올렸던 시기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사자가 특히 많았던 시기였던 만큼 승진과 후선배치를 둘러싼 민감도가 예년보다 커진 분위기"라며 "최근 진행 중인 정년연장 논의와 드라마 '서울 자가 김부장 이야기'의 유행이 맞물린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은행 내부에선 이러한 후선배치 문화를 가혹하다고만 보진 않는 분위기다.

후선배치 기간은 기존 소속장 연봉의 100%가 그대로 나오는 만큼, 금전적으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후선배치 기간을 은행 생활을 정리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로 활용하는 직원들도 있다. 차라리 경쟁 은행보다 1년 더 먼저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부 정원 기자)

jw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