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전소영 기자 = 지난 8월 말 임명된 이원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시장 참가자들과 소통의 결과물로 국채시장 선진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국채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충분히 성장한 만큼 시장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국장은 국고국장 임명 후 한달 반 동안 국고채전문딜러(PD)를 포함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을 두루 만났다. 국내 장기투자기관과 외국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는 광폭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국채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원식 국장은 13일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고채 지표물이 발행 초기에는 발행잔액이 뚝 떨어지면서 그에 따른 시장 불안 요인이 있다"며 "선매출제도를 도입해 이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선매출 제도는 국고채 지표물 발행 초기의 발행잔액 급감 현상을 완화하도록 발행일에 선행해 채권을 매출하는 제도다. 지표물 발행 초기 일부 시장 참가자들의 인위적인 매집(스퀴즈)을 통한 시장 불안 가능성을 선매출 도입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 국장은 "신규 발행 3개월 전부터 지표물과 차기 지표물을 동시에 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김희천 국채과장은 "선매출 기간 중 국고채 지표종목이 1개에서 2개로 증가해 국채선물 바스켓의 가격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식 국장은 국채시장 발전을 위해선 PD사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인식 속에 앞으로도 PD 업무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PD사 평가와 보상체계에 변화를 줘서 PD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며 "대표적으로 월별 평가를 도입하고 예비PD(PPD)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PD사의 적극성을 도모하기 위해 비경쟁인수권한 조정 및 확대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에 대해서는 "시장이 예측 가능하도록 월별 균등발행 기조를 유지하고 만기물별 발행 비중도 올해와 비슷하게 가져갈 계획이다"며 "교환 조기상환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기를 분산하는 등 시장이 원만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식 국고국장(1958년생)은 광주 진흥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행정학과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허브기획과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미래기획위원회 등을 거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기획총괄국장, 기재부 국고국 국유재산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이원식 국고국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는데,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은

▲ 처음으로 100조원 시대를 맞게된다. 내년도 국채 발행물량은 총 102.9조원인데 13년 대비 5.5조원 증가할 예정이다. 순증 물량은 걱정하지 않는다. 연기금 보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연금 기금 규모가 441조원, 보험은 687조원인데 연간 50-60조가 신규 자산으로 적립된다. 그중에서 60%가 채권 투자다. 기관투자자의 채권수요가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투자는 중앙은행 등에서 장기투자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순증규모 5조원을 월별 균등발행한다고 보면 월 5천억도 안 되는 규모여서 시장 소화에 문제없다고 본다.

내년도 발행 계획에 대해서 잠시 얘기하자면 먼저 월별 균등발행기조 유지하겠다. 시장이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우리도 상환이라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기물별 발행비중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 또한 교환 조기상환을 통해 만기분산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이 원만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년 국고채 순증 발행규모가 5조원 수준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확장정책 등으로 10조원 안팎 수준을 예상했었는데. 시장 영향을 고려한 결정인가.

▲ 시장소화는 순증이 10조가 되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국고채 발행규모를 정할 때에는 세입-세출 규모, 정부내 회계-기금의 자금소요, 연도별 국고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산실과 국고국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시장 소화를 고려한 결정은 아니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가채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물가채와 관련된 추가 대책이 있나.

▲금리와 물가가 낮아지니 물가채를 보유하면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물가채 활성을 위해 교환 호가조성, 장기채 분리과세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되고 있다. 다만 물가라는게 고착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물가가 오르면 물가채 메리트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지고 살아나면 물가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채 만기가 10년이니 경기 살아나면 보유 메리트가 커지질 것으로 본다. 물가채 유통이 중요한데 PD사의 적극적 역할을 유도해서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겠다.

--절대금리가 하락하면서 장기투자기관 등은 장기물 매수시 역마진이 날 수 있다. 장기채 육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인데 장기채 수급에 대한 전망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고채 3년물이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아직도 하방압력이 높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여러가지 효과가 있을것이다. 채권은 단기적으로 보유하면 가격측면에서 이익이다. 연기금 보험같이 장기로 투자하는 기관들은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보험사에서 고금리를 준다고 했기 때문에 역마진이다. 외국의 사례 미국이나 일본은 오래전부터 초저금리다. 저금리 고착화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변화에 적응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품 구조 등은 금리 추이를 감안해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과 국가신인도를 비교했을때 한국 금리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장기투자기관, 해외 중앙은행 등도 한국 금리가 비교적 높다고 판단해서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도 있으니 우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걸 감안해서 시장이 소화를 해내야 한다.

--향후 미 연준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은 없는가.

▲가시적으로는 미국의 테이퍼링 중단과 양적완화 축소가 이슈다. 글로벌 경제에서 어느 나라도 예외적으로 독단적으로 움직일수는 없다. 한국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고 경상수지도 흑자다. 국가신인도도 안정적이다. 펀더멘털 강한데 비해 동일신용등급 나라와 비교했을 때 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급격하게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작년 테이퍼링 이슈 나왔을 때 이머징마켓 시장 대비 한국이 안정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

--PD라이센스 포기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PD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방식 변경이나 PD진입과 퇴출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은 있는지. 향후 PD 제도 운용방향에 대해 소개해달라.

▲PD가 한국 채권시장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앞으로도 국채시장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PD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PD사 환경이 양극화가 되고 있어 고민중이다. PD사 평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 평가와 보상체계에 변화를 줘서 PD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PD사 20개가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PD사를 줄일 것인지에 대해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중시한다. PD사를 줄이게 되면 중소형사 PD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줄여야 하겠지만, 진입과 퇴출을 유연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월별평가 등을 도입해서 PPD제도를 활성화해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 PD가 되면 영예스러운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거 같다.

--국고채 시장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국고채시장이 잘 뒷받침해줘서 국채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국고채 440조, 기타채권 1천조, 총 1천400조원 시장이 됐다. 주식 시가총액 1천370조원보다 커지고 일평균 거래도 채권 10.7조 (9월), 주식 5.8조로 주식보다 더 커졌다. 앞으로도 재정 소요 등으로 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것으로 전망한다. 국고채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구체적으로 첫째, 통합시스템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국채에 관한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겠다. 둘째, 선매출제도를 도입 예정이다. 지표물이 발행 초기에는 발행잔액이 뚝 떨어지는데 그에 따른 시장 불안요인이 있어 이를 완화하려고 한다. 선매출제도는 이미 선진국들은 실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PD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성을 도모하기 위해 비경쟁인수권한 조정, 확대 방안을 고려중이다. 차환위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 교환발행 종목을 기존에는 지표물만 대상으로 했는데 경과물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앞으로 국채시장 발전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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