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채권 시장참가자들의 공포심리가 더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소비자물가 전망을 3.1%로 상향 조정했고 기대인플레이션도 2%대 후반으로 높아진데다 한국전력 전기료 인상을 시작으로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2.9%로 7년 11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자극하는 재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일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3.1%로 직전 전망치 2.2%에서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IMF의 전망이 1월 연례협의 당시 내용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곡물값 상승은 반영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더 커진 셈이다.

당장 4월 초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전이 내달부터 전기료를 인상하기로 한 것도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번 전기료 조정에 연료비 인상이 반영되지 못했지만, 전기료 인상 이슈 불씨는 남아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결국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갈지 가늠이 되지 않다는 게 채권시장이 공포를 느끼는 근본 요인이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인플레에 달려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려고 하는 것도 결국 인플레이션이 올해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데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원자재, 농산물 수입국이라 불확실성이 더 크고, 공공요금 인상을 막는 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시장에서 금리 레벨을 따질 영역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한은 부담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도 채권시장을 두렵게 하는 재료다.

지금처럼 중기물가 목표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던 2008년 8월,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5.25%로 25bp 인상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직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정책 실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물가상승률을 IMF 전망보다 높게 고려하더라도 채권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이론적 수준보다도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한은 관계자는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보다는 통화정책이 물가에 바로 미치는 파급력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 흡수와 기대인플레이션 조절 등 경제 전반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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