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지수가 2년 2개월만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 해외발 신용불안이 일본 금융시장에 점차 파급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사와 해운 등 자원 관련 기업의 재무악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배경으로 회사채 시장은 평온하지만 (신용불안 확대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주요 50개 기업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아이 트랙스 재팬(5년물 기준)' 지수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0.94%를 기록해 201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수의 상승은 개별 기업의 CDS 보증료율(프리미엄)이 올랐다는 의미다.

상사와 철강, 해운 등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신용도 악화가 두드러졌다.

지난 22일 기준 스미토모상사의 CDS 프리미엄은 1.38%포인트로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스미토모상사는 2015년 회계연도(2015년4월~2016년3월) 실적에 약 770억엔(약 7천807억원)의 감액손실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쓰이상선과 신일철주금의 CDS 프리미엄도 1~3%포인트를 기록해 수 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즈호증권은 "현재 해외 헤지펀드의 투기목적 거래보다는 국내 은행 등 실수요의 CDS 매수가 눈에 띈다"고 밝혔다.

자원 관련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 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대손 위험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CDS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회사채 시장의 반응은 아직 둔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싱글A 등급의 7~12년만기 회사채와 같은 만기 국채의 스프레드는 연초부터 축소돼 '신용도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일본 증권사 담당자는 이와 같은 기현상에 대해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강한 매수 의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국채 금리가 0.3% 미만의 낮은 수준에서 정착했고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관측까지 부상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회사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원자재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일본 채권시장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배경으로 한 회사채 시장의 둔감함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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