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은금융지주가 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던 그간의 '전력'을 고려할 때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산은지주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란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산은지주가 금융당국의 '요청'을 묵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산은지주는 지난 14일 솔로몬ㆍ한국ㆍ미래ㆍ한주저축은행 등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계약이전(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18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은지주가 4개 저축은행 가운데 한국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LOI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지주가 그동안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을 철처하게 부정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LOI 제출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산은지주의 'IPO 전도사' 특명을 받아 영입된 주우식 수석부사장은 지난 달 15일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 인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중은행들도 관심이 없는데 우리라고 관심이 있겠느냐"면서 "100%, 1,000% 관심없다"고 말했다.

산은지주의 최고위 임원인 윤만호 사장도 최근 직원들과 가진 자리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의 발언은 산은지주가 LOI를 제출하기 열흘 전 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지주 최고 경영진 '넘버 1ㆍ2'가 모두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가 없음을 강하게 밝힌 셈이다.

설사 이후 상황이 바뀌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도 윤 사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인수 준비에 들어간 시간은 채 열흘도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적은 금융사라 하더라도 M&A를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국내 최대 투자은행인 산은이 그걸 모를리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산은지주는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급선회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갑자기 그렇게 된 것에 대해) 이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산은지주의 한 관계자는 "괜한 오해만 살 것 같아 구체적으로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본입찰까지 갈려고 LOI를 낸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기미가 없다 보니 금융당국의 요청에 들러리로 나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서민들을 상대로 '합법적인 고금리 대출'에 주력해 온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게 국책은행의 본분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산은은 순이익의 10%를 포기하더라고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은의 최대 강점인 저금리 자금조달을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에 전폭적인 자금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대출' 금융사인 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때 산은의 이러한 행보가 맥을 같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하지 않다 보니 국책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IPO에 올인하면서 나타난 부작용 같다"고 꼬집었다.

예금보험공사는 LOI를 제출한 곳들을 상대로 4주간의 실사 기회를 주고, 내달 중순께 본입찰을 실시해 8월 말까지는 매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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