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삼성화재가 감사팀장을 6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15일 오전 10시9분 송고된 '삼성화재, 김상욱 상무 신임 감사팀장 내정' 기사 참조)

이번 인사는 시점 면에서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올해 6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테크윈 부정 비리 사건을 질타하고 나서 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과 계열사 감사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한 후 불과 반년 만에 기존 팀장을 퇴임시키고 다른 계열사 인력을 영입해 감사팀장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직 안팎에선 이석한 전 감사팀장의 퇴진 배경에 대한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 전 팀장이 그룹 수장의 사정 강화 방침에 맞춰 임직원 비리나 업무 태만 사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팀장이 2009년부터 경기사업부장을 맡아 일선 영업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업무비 집행 등에 있어 허점을 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런 관측의 근거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 있으면 비용 지출 등의 측면에서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이 전 팀장이 조직 내에서 사정의 칼을 쥔 자리에 앉은 만큼 이를 견제하는 측에서 공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 내 파워 게임과 관계없이 그룹의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와 자체 경영진단 과정에서 이 전 팀장의 감독 책임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삼성테크윈 사건 이후 그룹 감사와 계열사별 자체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경질되거나 좌천되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직원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 팀장의 개인 비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내부 감사 과정에서 경기사업부장 재직 당시 보험 계약 유지 등의 문제와 관련해 감독 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무급 인사 한 명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옷을 벗었다"며 "내부에선 올해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지대섭 전 사장이 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전보 발령된 것을 이와 연관시켜 보는 분위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 측은 그러나 공식적으론 이번 팀장 교체는 내부 감사 결과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6월 다소 급하게 감사팀장이 선임됐기 때문에 더 적합한 인물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며 "임원 중 일부가 퇴임하는 것은 조직 내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은 올해 2월부터 120여명의 조사인력을 동원해 삼성테크윈에 대한 감사에 착수, 일부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삼성테크윈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삼성테크윈 사건을 계기로 계열사에 대한 감사와 경영진단을 담당하는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의 직급이 부사장으로 격상됐고, 담당 인력도 대폭 강화됐다. 또 미래전략실 주도로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이 강화되면서 삼성화재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내외부 기관을 통해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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