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 개인 채권투자 증가…금리 올라도 채권 고집

美국채 입찰에서도 외국인보다 더 큰 영향력 발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통화정책 긴축에도 미국의 채권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개인들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고령화 속에서 은퇴에 직면한 개인들이 채권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요인이 앞으로 채권금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 거주자는 2000년 이래 40% 넘게 증가한 끝에 2016년 4천920만명에 이르게 됐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의 연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나 개별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의 중간연령은 53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조사 때의 49세에 견줘 4세 높아진 것이다.

WSJ은 10여 명의 개인 및 재무설계사 등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다수는 채권 전문가들에 비해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채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향이 강했다고 전했다.

저비용 채권펀드에 투자 중인 데이비드 폴츠(59)는 "시장과 금리가 어떻게 될지 실제 예측할 수는 없다"며 "내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정보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미 국채 및 여타 과세 채권에는 작년 10월까지 10개월 연속으로 160억달러를 넘어서는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투자 급증 양상이 나타났다.

개인들이 투자하는 채권펀드들이 주로 미 국채의 비중이 높은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만큼 미 국채 입찰에서 개인들이 발휘하는 영향력도 대폭 커졌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작년 들어 11월까지 입찰에 부쳐진 신규 국채 1조8천700억달러어치 중에서 개인을 대변하는 펀드들은 9천170억달러어치(49%)를 매입했다.

미 국채 입찰에서 펀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의 20%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펀드들의 매입액은 외국인 투자자(3천160억달러)의 약 세배에 달했다.







<미 국채 입찰에서 펀드와 외국인의 매입액>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외발 수요가 유입돼 미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한다는 설명이 많았지만, 입찰 데이터는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별화면(6533번)에 따르면 10년물 금리는 2.4101%에서 2017년 거래를 마쳤다.

이 금리는 작년 한 해 동안 3.53bp 하락했다.

전 세계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이 금리는 '테이퍼 탠트럼'이 발발한 해인 2013년 말 3%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3% 밑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WSJ은 테이퍼 탠트럼 때처럼 금리가 급등할 때도 개인들이 채권투자를 고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수료가 낮은 채권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존 네더히서(58)는 테이퍼 탠트럼 당시 10년물 금리가 치솟자 자신은 주식에서 거둔 이익 일부를 채권으로 옮겼다면서 "최고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기회로 봤었다"고 회상했다.





<2013년 이후 미 국채 10년물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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